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의 '셧다운 사태' 해소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야당 내 ‘강성 소수파’에 휘둘리는 美 의회
지난달 29일 공화당 출신의 매카시 의장은 “예산안 대폭 삭감”을 요구하는 공화당의 입장을 수렴한 임시예산안을 하원에 상정했지만, 예산안은 찬성 198표 대 반대 232표로 부결됐다. 보다 강력한 삭감을 요구한 공화당 내 소수파 프리덤 코커스의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자 셧다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안한 매카시 의장은 결국 지난달 30일 민주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새로운 임시예산안을 상정했다. 다음달 17일까지 예산을 기존 수준으로 동결해 집행하는 내용인데, 여기엔 프리덤 코커스가 강하게 요구했던 예산의 대폭 삭감안은 반영되지 않았다.

케빈 메카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달 30일 하원에서 임시예산안을 가결하며 '셧다운 사태'를 넘긴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불문 비타협…트럼프도 ‘항복’
프리덤 코커스는 2015년 공화당 보수파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재정 지출 축소와 세금 감면이다. ‘작은 정부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통적인 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 성향이 강하다. 특히 불법 이민에 대해선 초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30일(현지시각)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맥카시 하원의장이 합의한 부채 한도 협상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리덤 코커스는 2015년 3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이민 개혁법을 추진하자 국토안보부 예산안을 끝까지 승인하지 않으면서 정부를 폐쇄 위기로 몰고 갔다. 그해 7월 공화당 출신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오바마에 협력한다며 해임건의안을 발의해 결국 그를 물러나게 했다. 2017년엔 의료복지 확대를 위한 이른바 ‘오마바 케어’의 폐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트럼프 케어’에도 반대했다. 이 바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인 믹 멀베이니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을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에 임명해 ‘곳간 열쇠’를 맡겼다.
강화된 ‘실력’…164년만에 15번 의장 표결
이들의 입김은 지난해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221석과 212석으로 하원 의석을 양분하면서 보다 강력해졌다.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프리덤 코커스 멤버 4명만 반대하면 의결정족수인 218표를 확보할 수 없다. 이들의 도움이 없다면 아무런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의미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임시예산안 관련 사전 투표 직후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프리덤 코커스는 예산안 논의 과정이던 지난 5월 매카시 의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협상을 타결했을 때도 반대했다. 특히 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하는 프리덤 코커스 소속 칩 로이 의원은 셧다운 사태를 감수하며 “나라를 파산시키기 위한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법안 처리를 멈춰세웠다.
‘양극화’ 속 역할 지속 전망…한국 대처는?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민주ㆍ공화 중 그 누구도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근소한 차이로 의석을 양분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팽팽한 의석 상황에서 특정 유력 정치인을 추종하지 않고 자신의 이념과 정책 관철을 내세우고 있는 프리덤 코커스의 영향력은 내년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아이오와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리덤 코커스는 우크라나이나 전쟁 지원 예산 편성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전쟁 지원이 미국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논리인데, 이는 향후 진행될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과거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도 제기돼 우려가 현실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 교수는 “한국의 입장에선 최소 안보 문제와 관련해선 프리덤 코커스 멤버 대부분이 군수업체의 지원을 받고 있고, 이들이 미국산 무기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한국의 ‘반미 감정’에 민감하다는 점 등을 활용한 실리적 접근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