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20일 세인트압스 해양연구소에서 크리스티나 벡 박사가 해양산성화 실험 중인 산호의 상태를 살피는 모습. 세인트압스=이가람 기자
[붉은 바다, 위기의 탄소저장고] ⑩탄산수 바다
벌써 뼈가 녹기 시작했어요. 더 하얗게 변한 게 보이죠?
머리에 쓴 헤드라이트로 연구용 수조 속 산호를 비추던 크리스티나 벡 박사가 말했다. 주로 북대서양의 차가운 해수에 서식하는 ‘로너리아 페르투사(Lopheliapertusa)’라는 냉수성 산호였다.

지난 7월 20일 세인트압스 해양연구소에서 크리스티나 벡 박사가 해양산성화 실험 중인 산호의 상태를 살피는 모습. 세인트압스=이가람 기자
‘산호초 골다공증’에 망가지는 해양생태계

지난 7월 20일 방문한 스코틀랜드 세인트압스 해양연구소의 모습. 세인트압스=이가람 기자
이들이 산호초의 골다공증 현상을 연구하는 건 해양산성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해양산성화란 대기 중에 증가한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들어 점차 산도가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김영희 디자이너
산호를 비롯해 바다 플랑크톤, 굴, 조개, 게 등은 골격과 껍질이 탄산칼슘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바닷물의 pH가 낮아질수록 탄산칼슘 형성에 필요한 탄산이온이 줄어든다. pH 수치가 0.1만 떨어져도 바닷속 탄산이온의 농도는 약 20%가 감소하는데, 이는 탄산칼슘 골격을 가진 바다 생물의 생존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 7월 20일 세인트압스 해양연구소 내 위치한 해양산성화 실험실의 모습. 세인트압스=이가람 기자
‘쌍둥이 해악’ 지구온난화와 해양산성화

지난 7월 20일 세인트압스 해양연구소에서 실험을 앞둔 정상 상태의 ‘로너리아 페르투사(Lophelia pertusa)’라는 냉수성 산호의 모습. 세인트압스=이가람 기자
하지만, 해수 온도가 상승해 정상적인 산호가 파괴되고 해양산성화로 다시 골다공증에 걸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해양산성화가 지구온난화와 함께 ‘쌍둥이 해악(evil twin)’으로 불리는 이유다. 헤니게 박사는 “해양산성화로 인해 죽은 산호의 골격이 무너져 내리면서 산호 군락의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바다 숲의 구조가 단순해지고 있다”며 “산호가 만들어낸 바다 생물의 수많은 서식지이자 산란처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0일 세인트압스 해양연구소에서 연구용 수조에 담긴 ‘로너리아 페르투사(Lophelia pertusa)’라는 냉수성 산호의 모습. 산성도가 높은 해수의 영향으로 골격이 더 하얗게 변했다. 세인트압스=이가람 기자
2100년에는 조개·굴 등 어패류 사라질 수도
이날 벡 박사가 보여준 CT 사진 속의 산호는 골밀도가 낮아진 골다공증 환자의 뼈와 비슷했다. 산호의 골격 표면은 흠집이 생긴 것처럼 곳곳이 패어있었고 두께가 점점 얇아지더니 아예 구멍이 뚫린 부위도 보였다.

지난 7월 20일 스코틀랜드 세인트압스의 어촌 마을에서 만난 어부 필립 러더포드씨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세인트압스=이가람 기자
한국 바다도 피할 수 없는 해양산성화

지난 7월 20일 세인트압스 해양연구소에서 크리스티나 벡 박사가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통해 분석한 산호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세인트압스=이가람 기자
케빈 스콧 세인트압스 해양연구소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해양산성화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기술의 진보를 기다리기에 앞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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