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있다. 연합뉴스지.〉
헌재는 ‘정당은 다섯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 정당법 17조 등 조항에 대해 지난달 26일 합헌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 9명 중 과반인 5명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을 하기 위한 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나왔다.
지난해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주민들이 모여 만든 직접행동영등포당, 과천시민정치당, 은평민들레당 등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등록 신청을 했지만 ‘지역정당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반려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12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국경실련 2024 정치개혁 운동선언, 기득권 양대정당 체제 타파를 위한 경실련 5대 정치개혁 과제 발표' 기자회견에서 지역정당 설립요건 완화 등을 정치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뉴스1
“풀뿌리 민주주의 차단 위험”
이들 재판관은 그러면서 “지역정당의 출현으로 인한 지역주의 심화의 문제는 정당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정치문화적 접근으로 해결해야 하고, 모든 정당이 전국 규모의 조직을 갖추고 전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정당 활동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기영·이미선 재판관도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의 참여라는 정당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전국 규모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헌법 취지를 고려하면 정당의 설립·조직·활동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나 침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전국정당 조항은 모든 정당에 대해 일률적으로 전국 규모의 조직을 요구해 지역·군소·신생정당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정당만 ‘정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정당법 조항에 대해선 재판관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이 조항은 정당법에 따른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들이 임의로 정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 정당 등록제도와 요건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참여과정에 혼란이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3일 논평을 내 “헌법재판관 과반수가 위헌성을 인정했지만 위헌 결정 요건에 미치지 못했을 따름”이라며 국회에 “정당설립 요건을 완화하고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낼 지역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당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