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경, 뉴스1
그러자 건설현장 관리자 김모 씨가 A씨 설득에 나섰다. 김씨에게 “월요일에 갈게요. 저는 경찰들이 사장님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라고 메시지를 보낸 A씨는 7월 6일 약속대로 김씨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그날 자수할 수 없었다. 경찰관 최씨가 “외근 중이라 오늘은 조사가 어려우니 다음에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경찰관 최씨로부터 17일에 오라는 전화를 받았고, A씨는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약속한 17일 A씨는 경찰서에 함께 가기 위해 김씨가 있는 현장 사무실을 찾았다가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최씨가 A씨가 자진출석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뺀 채 다음날 수사보고서에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도주 중’ ‘회사 사람들의 연락을 받지 않고 소재 불명’이라고 묘사했고 이를 본 팀장이 체포영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두 차례 자진출석 시도했지만…체포된 피의자
![부산 동래경찰서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11/27/3a7272cc-f27a-45ab-b302-2397f5ee4e1e.jpg)
부산 동래경찰서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무죄→유죄→무죄로 뒤집한 판결
항소심의 생각은 달랐다. 같은 법원 형사항소 4-1부(부장 이호철·이준범·강순영)는 “A씨가 초기에 출석을 거부하긴 했지만 이후 김씨를 통해 연락이 되고 있었고 실제로 자진 출석하려던 상황”은 “체포 사유 유무에 고려돼야 하는 중요한 사정변경”임에도 알리지 않은 건 잘못이라 보고 최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9일 “거짓 보고서라 단정할 수 없는데도 항소심에서 모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무죄 취지로 판결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김씨로부터 전화를 받고 A씨의 출석 의사를 들었음에도 보류했으며 수사보고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A씨는 도주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부산에 돌아와 출석의사를 타진했으나 최씨 사정으로 이뤄지지 않자 다시 도주했을 뿐”이라고 봤다. 누락이 곧 허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김씨가 A씨의 출석을 보장할만한 지위에 있지 않고 ▶김씨도 A씨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불법체류자인 A씨가 언제든 김씨의 연락을 단절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최씨의 보고서대로 A씨는 ‘도주 중’ ‘소재불명’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