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은행 가계대출 4.9조 증가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 뉴스1
가계대출은 최근 들어 꾸준한 증가세다. 전달 대비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 5월(4조2000억원)에 올해 들어 처음 4조원을 넘긴 뒤 이달까지 4조원대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8월(6조9000억원)·10월(6조8000억원)에는 7조원에 가까운 증가세를 기록했다. 8월에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제한을 앞두고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렸고, 지난달에는 이사철 등이 겹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커졌다.
주담대·신용대출 모두 늘어나
지난해부터 시작한 고금리 영향에 올해 들어 기타대출은 줄곧 감소세를 나타냈었다. 전달 대비 기타대출이 늘어난 것은 10월에 이어 이달이 두 번 째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신용대출 등으로 대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증가세 확대 안 할 것”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시장 내 식당가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감원은 “최근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 특례보금자리로 일반형 중단과 주택거래량 감소세 등이 주택담보대출 감소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다음 달에는 연말 성과급, 결산에 따른 상각 등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감소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주택시장 동향, 은행권 채무상환능력 심사 강화 등을 고려할 때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가계대출 증가 우려
총선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엄격히 막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오히려 금융당국은 서민금융 부담을 줄이겠다며 최근 주요 금융 지주에게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낮춰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금리 하락이 가계부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점을 고려해서 통화 당국이 의사결정을 할 거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지는 폭이 가파를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상생 금융을 하면서 대출 금리 체계를 왜곡시키는 쪽으로 가는 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금감원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스트레스(Stress)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방안’을 연내 발표하고,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 발견된 은행권 대출심사 및 영업행태 상 문제점을 개선하게끔 지도할 방침이다.
“ELS, 절차 지키면 문제없어”…은행은 판매 중단
이는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이 “(ELS 같은) 이런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한테 특정 시기에 고액이 몰려 판매됐다는 것만으로도 과연 적합성 원칙이 지켜졌는지에 의구심을 품을 수 있는 점이 있다”고 한 것과 비교해서 다소 수위가 낮아진 발언이다.
다만, 금감원은 사실상 모든 금융사를 대상으로 ELS 불완전 판매 여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에 이미 30건 정도의 ELS 관련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ELS 판매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자, 시중 은행들은 판매 잠정 중단 방침을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와 연계한 ELS 상품을 팔지 않기로 했고, 하나은행도 4일부터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농협은 지난달부터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