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후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시민 패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S유튜브 캡처
30일 오전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제3회 국정과제점검회의. 전세 사기와 청소년 불법 도박 피해자들의 질의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일어나 이같이 말하기 시작했다. 국회에서 날 선 발언으로 야당과 각을 세우던 모습과 달리 이날 50여명의 국민 패널들에겐 낮은 자세를 취했다. 30대 전세 사기 피해자 문용진씨에게는 “얼마나 힘들고 억울하셨습니까.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위로가 되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했고, 청소년 도박 피해자 자녀를 둔 50대 남성에겐 “미처 챙기지 못한 저희의 불찰”이라며 “회의가 끝나면 말씀을 부탁드린다. 저희가 싸우겠다”고 했다.
앞선 1·2회 국정과제점검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지만, 3차 회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사회를 맡았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실 조직개편과 개각 구상 등 윤 대통령에게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빠진 자리엔 내년 총선 출마가 거론되는 한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 빈 공간을 채웠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앞서 대화하는 모습. 두 장관은 이날 국정과제점검회의에 참석해 패널 질문에 답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 장관은 청소년 불법도박 사기 피해 뒤 각종 협박에 시달려 모든 가족이 개명했다는 50대 남성 A씨에겐 “(범죄) 리스크를 확실이 높여서 이익을 줄이고 청소년 불법대출 알선도 막겠다”며 “가혹하게 처벌하고 이익을 창출할 방법을 막겠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행사가 끝나고 한 장관이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그 부분은 희망적이었다”면서도 “아직도 수많은 청소년이 무분별한 불법도박 광고에 노출돼있지만, 수사기관에 가면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잡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답답함도 드러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사인을 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장관들이 현장 소통을 강화하는 흐름과 관련해 “진짜 민심을 들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한 장관과 원 장관 등 총선 출마가 유력한 장관들이 지방 현장을 찾아 시민을 만나고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세금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한다”고 비판하며 국회 차원의 조사를 거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