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용 감독이 3일 별세했다. 94세. 중앙포토
한 마디로 충무로의 신사, 인격 있는 예술가였다. 술을 많이 드셨지만 주정하는 법이 없었고, 책을 좋아하셨다.
3일 별세한 김수용 감독에 대한 정지영(77) 감독의 회고다. 김수용 감독 연출부로 충무로에 들어간 정 감독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에 ‘영화감독은 경험이 많아야 하는데 우리가 몸이 하나이니 경험을 많이 할 수 없잖니, 책을 통해 간접 체험해야지’라고 말씀하셨다”라고도 돌아봤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를 비롯해 109편의 영화를 남긴 김수용 감독이 3일 오전 1시 50분쯤 요양 중이던 서울대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 94세.

흑백 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 중앙포토
껌팔이ㆍ구두닦이를 하며 동생들을 돌본 소년 가장 이윤복의 일기를 스크린에 옮긴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서울에서만 28만 5000여명이 관람하며 흑백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고, 대만에도 수출됐다.

오영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갯마을'(1965). 오른쪽이 주연 고은아.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영화 '어느 여배우의 고백'에서 남정임(왼쪽)과 연습하는 김수용 감독. 중앙포토

윤정희ㆍ신성일 주연의 '안개'(1967)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청룡영화상(1965), 부일영화상(1966), 백상예술대상(1966ㆍ1979), 아시아태평양영화제(1967) 등에서 감독상을,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특별공로상(2009) 등을 수상했다. 1980년대부터는 대학에서 영화를 가르치며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을 지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영화는 이미 있었다. 그리고 내가 떠난 뒤에도 영화는 계속될 것이다.”
생전에 남긴 말처럼, 저 하늘에서 110번째 영화를 연출할 것 같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장남 김석화 씨, 정지영ㆍ이장호 감독과 배우 안성기ㆍ장미희 씨가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 발인은 5일 오후 1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1차), 모란공원(2차)이다. 02-2072-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