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급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 판사들이 사법부 현안을 논의하는 법관대표회의가 7일 진행되고 있다.연합뉴스
다만 법관 SNS 이용에 대한 구속력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데는 찬성·반대가 각각 46명으로 맞서며 부결됐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개별 법관의 성숙한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인데 대법원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발도 나왔다.
‘법관의 SNS 윤리’가 이날 법관회의 주요 안건으로 채택된 건 최근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의 정치 편향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박 판사는 8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이전에 박 판사가 페이스북에서 친야(親野) 정치성향을 드러낸 게시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재판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에선 “박 판사의 정치적 표현 행위가 판결 신뢰성마저 떨어뜨리고 있다”(장동혁 의원)고 문제 삼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는 이미 2012년 “SNS상에서 사회적·정치적 의견 표명을 하는 경우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권고한 적이 있다. 법원행정처도 지난달 16일 “법관 임용 후 SNS에 게시된 일부 글 중 정치적 견해로 인식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소속 법원장을 통해 엄중한 주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법관회의는 그럼에도 “다시 한번 더 SNS 사용과 관련해 자율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며 이날 안건을 상정했다. 다만 박 판사 논란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SNS 윤리 안건을 상정한 데 대해선 우려 섞인 반응도 나왔다. “박병곤 판사 논란이 빚어진 상황에서 이런 의결을 하는 게 시기가 부적절하다” “특정 판사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오독될 여지가 있다” 등의 주장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또 ▶정년퇴임을 한 법관이 계약직으로 다시 재판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판사’ 제도 도입 촉구 ▶과도한 공격으로부터 사법권 독립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 촉구 안건도 함께 처리됐다.
한편 공식안건은 아니었지만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도입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한 논박도 이어졌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대법원장이 일선 판사들이 추천한 후보군 중 법원장을 임명하는 제도다. 당초 취지는 ‘사법행정의 민주화’였지만,“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법원장 후보들이 구성원 눈치를 살피며 업무 부담을 덜어주려 해 ‘재판지연’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참석 법관 사이에서는 “법원장 추천제와 재판지연은 무관하다” “외부에서 재판 지연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그 원인을 분석해 응답할 필요가 있다” 등 의견이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