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자율주행 버스 보급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중교통 소외지역 등에 자율주행 버스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교통약자가 쉽게 이용하도록 할 생각이다. 또 시내버스 등이 다니지 않는 심야ㆍ새벽 시간에도 자율주행 버스를 투입한다. 청소근로자·경비원 등 새벽에 출근하는 시민을 위한 대책이다.
서울시는 “자율주행 같은 기술 혁신의 우선 수혜자는 교통 약자가 돼야 한다"며 "2026년까지 자율주행 버스를 50대 이상 집중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월 광장시장 중앙정류소에서 시범 운행 중인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해 이른 새벽 직장으로 출근하는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해 말부터 심야에 이동이 불편한 시민을 위해 합정역~동대문 구간에 자율주행 버스 2대를 운영 중이다. 운행 시간은 오후 11시 반부터 오전 5시 10분까지다. 다음 달 초부터는 새벽에 일하는 청소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새벽동행’ 자율주행 버스 운행을 시작한다. 도봉산역~영등포역(25.7km) 구간을 운행할 예정인 이 버스는 시내버스 첫차보다 최대 30분 빠른 오전 3시 30분쯤 출발한다. 이와 함께 상계~강남 등 새벽 첫차가 혼잡이 심한 노선에도 지속해서 자율주행 버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새벽동행 자율주행 버스’에 투입되는 자동차는 11m 규모의 대형 전기 버스다. 합정~동대문역 구간에서 6개월간 1만1148㎞를 무사고로 시범 운행하는 등 안전성이 입증됐다.
기존 마을버스를 보완하는 ‘교통약자동행 자율주행' 버스도 내년 7월 운행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을버스와 비슷한 크기의 ‘자율주행 버스’가 교통 소외 지역을 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운행 지역으로는 자치구 공모를 통해 동대문구ㆍ동작구ㆍ서대문구가 선정됐다. 서울시는 선정된 각 자치구에 첫해 운영 예산으로 4억2000만원씩, 총 12억6000만원을 지원한다. 2년 차 이후부터는 조례에 따른 기술발전지원금을 매년 지원할 계획이다.
대표 운행 지역은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중앙대학교까지 3.2㎞ 구간이다. 많은 학생이 오가지만, 차 편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곳이다. 서대문구 ‘모래내로 가좌역~홍제폭포(5.9㎞)’ 구간에도 자율주행 버스가 투입된다. 대중교통 환승 없이는 한 번에 오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동대문구에서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경희의료원(15㎞)’ 구간에 자율주행 버스가 오간다. 교통약자동행자율주행 버스 운행 구간 중 가장 길다. 장한평역과 경희의료원·청량리역 등을 잇는 이 구간 역시 환승 없이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는 자율주행 버스가 기존 마을버스처럼 대중교통 수단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부터 서울 경복궁~청와대~경복궁역 구간(2.6㎞)을 유료로 운행 중인 자율주행 노선버스의 모습. 사진 서울시.
이와 별도로 시는 시민안전을 위해 단속ㆍ방범용 자율차를 2025년 도입하고, 청소와 제설 등 시민안전과 도시관리를 위한 자율차 10대 이상을 2026년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자율차 거점을 중앙차로와 교통 소외지역 등으로 넓히고, 디지털 교통신호정보 개방 인프라 등을 지속해서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