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 높이인 박정희 대통령 동상은 1965년 가을, 중절모를 쓰고 볏단을 끌어안은 채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동상 둘레석에는 ‘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 깨나 농민 생각’, ‘재임 18년 동안 모내기, 벼 베기를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대통령’ 등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동상 제작에는 대구시 예산 등 4억8000만원이 들어갔다.
대구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을 경공업 기반의 산업화를 통해 경제 대국으로 견인하고, 식량 자급자족을 위한 농업 혁신을 국가 과제로 삼아 농촌 경제를 일으켜 가난을 극복하게 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는 점에 착안해 동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제막식과 함께 진보·보수 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리면서 동대구역은 둘로 쪼개졌다. 박정희 우상화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박 전 대통령은 역사의 죄인으로 설사 공로가 있다고 해도 공공기관이 조례로 기념사업을 하는 것은 반교육적, 반헌법적이다”며 “당장 독재자의 동상을 치워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50여 명도 이날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철거를 촉구했다. 반면 박정희 동상 건립을 찬성하는 보수성향 인사들은 동대구역 광장에서 별도의 집회를 열고 "대한민국을 이렇게 발전한 건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라며 "박정희 정신을 이어가자"고 주장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70대 남성은 “그 시절 배고파 보지 않았던 젊은 사람들은 모른다”며 “박 전 대통령을 한 번이라도 공부해봤으면 좋겠다.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찬반 대립이 거셌지만, 경찰이 병력 400여 명을 투입해 충돌을 막았다.
대구시는 다양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대구시의회가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대구시는 지난 8월 동대구역 광장의 이름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꾸고 높이 5m 크기의 표지판을 설치했다. 대구시는 내년 남구 대명동에 조성하는 ‘박정희 공원’에도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