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정부는 다양한 대응 선택지를 추리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22일 “이미 대통령실에서 밝혔듯 기본 전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불법행위를 주도하는 상황이라 한국 독자적으로는 대응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 동맹·우방을 중심으로 유사 입장국들이 공동대응하는 형식을 정부는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러 대응 핵심 나토와 공동대응
당장 윤 대통령은 21일 마르크 뤼터 나토 신임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접점을 확인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나토에 한국의 대표단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즉각 신속히 파견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윤 대통령은 “한국의 ‘나토 전장정보수집활용체계’(BICES·바이시스) 가입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뤼터 사무총장은 “속도감 있게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챙기겠다”고 답했다.
바이시스에 가입할 경우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을 비롯,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 보다 많은 양의 핵심 정보를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이는 한·미 정보공유 시스템과도 연관된 문제인 만큼 세부 조율과 인프라 구축 작업이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다.
감시 강화, ‘연합 제재’ 전선 구축
국정원이 지난 18일 북한군 파병의 규모와 구체적 경로, 배치 부대, 특정인물의 사진 등을 공개한 데서 알 수 있듯 한국을 중심으로 이미 북·러 간 동향에 대한 집중 감시가 이뤄지고 있으며, 주요국들이 합세할 경우 감시망은 더 촘촘해질 수 있다. 압도적 정보력을 과시하는 기밀정보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모두 MSMT의 일원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파병이라는 국면 전환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쟁범죄의 공범’으로 죄를 물을 수 있는 길을 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양한 범죄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대러 군사 지원을 언급하며 “북한은 러시아 불법 침략의 공모자(complicit)”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물론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살상 등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규명해야 하는 등 법률적 검토의 과정이 쉽지 않지만, 이런 논의가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인권 문제에 민감한 김정은에게는 큰 압박수가 될 수 있다.
여전히 유효한 ‘무기 지원’ 옵션…러 행동 달려
다만 이는 ‘최후의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수십 년 간 유지해온 대러 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파급력 큰 대응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단계적 조치를 언급한 것 역시 이런 배경으로 보인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러시아가 북한에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걸 넘어선 안 될 선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이미 밝혔듯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검토할 것”이라며 “한국의 행동은 러시아의 행동에 달렸다는 걸 러시아 측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