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그래도 돼'

가수 조용필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정규 20집 '20'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가수 조용필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정규 20집 '20'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옛날 노래를 들어보면 우리를 북돋아주고 희망을 주는 그런 음악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 노래들로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그 연장선에서 응원가를 내야 한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70대 중반에 접어든 가왕 조용필이 젊은 세대를 위한 응원가를 마지막 정규앨범에 담은 이유다. 
그는 2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11년만의 정규음반인 20집 ‘20’ 발매 기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다른 형태로 노래는 계속 내겠지만, 정규 앨범으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면서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소개했다. 등을 토닥이는 듯한 따뜻한 노랫말에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가왕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모던 록 장르다. 4분 27초의 러닝타임에 고해상도의 사운드를 녹였다. 

조용필 정규 20집 '20' 티저. 사진 YPC

조용필 정규 20집 '20' 티저. 사진 YPC

 
총 7개 트랙으로 꾸려진 신보 ‘20’에는 전반적으로 응원가가 많다. ‘그래도 돼’에 앞서 선공개 싱글로 발표한 ‘세렝게티처럼’은 무한의 기회가 펼쳐진 세상을 거침없이 살아가자는 내용을, ‘찰나’는 인생이 달라지는 순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복잡한 일상을 떠나 꿈을 펼쳐보라는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와 자유롭게 너만의 길을 가라고 외치는 ‘라’도 지난해 선공개된 뒤 이번 음반에 함께 수록됐다.

조용필은 젊은 세대에 전하고 싶은 응원의 말로 “무엇이든 힘든 과정이 있어야 하나의 것을 완성할 수 있다. 지금 힘들다고 미루면 결국은 못한다. 힘들어도 일단 끝을 내야, 아주 작더라도 나중에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무조건 힘들어도 해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도 패자인 적이 있었다”

‘그래도 돼’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선 “스포츠 경기의 패자에 감정을 이입한 노랫말”이라고 설명했다. 올 봄 TV로 스포츠 경기를 보다가 카메라에 나오는 우승자 말고, 그 뒤의 패자들의 심정이 궁금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조용필은 작사가 임서현을 만나 “나 같으면 ‘다음엔 이길 거니까 지금은 그래도 돼’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 직선적인 응원의 가사가 필요하다”고 말해 이 노래가 만들어졌다.
임서현은 "이 곡의 콘셉트는 '하프웨이'(Halfway·중간쯤, 불완전하게, 꽤 괜찮은)"라며 "자신을 믿는다면, 남들보다 조금 늦어도, 가끔 어긋난 길을 간다고 해도 괜찮다고, 그래도 된다고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내게도 말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조용필은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히트한 것을 시작으로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꿈’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국내 최초 단일 앨범 100만 장 돌파, 누적 앨범 1000만장 최초 달성 등 무수한 기록을 썼다. 2013년에도 19집 ‘헬로’의 수록곡 ‘헬로’와 ‘바운스’로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데뷔 55주년인 지난해엔 잠실주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조용필이 22일 오후 6시 정규 20집 '20'을 발매하고 "이번이 앨범으로는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사진 YPC

조용필이 22일 오후 6시 정규 20집 '20'을 발매하고 "이번이 앨범으로는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사진 YPC

 
56년의 음악인생 내내 승리자였을 것만 같은 그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나도 패자인 적이 있었어요. 1992년에 TV 활동을 그만하겠다고 선언한 후로 콘서트에 빈 좌석이 늘기 시작했죠. 1990년대 말에는 지방 공연에 가면 2층이 텅 비었을 정도였고... 자신에게 실망하고 패배감을 느꼈던 그 때의 나에게 ‘그래도 돼’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뮤직비디오는 뉴진스와 협업했던 영상제작사 돌고래유괴단의 이주형 감독이 맡았다. 남편 박근형, 아들 변요한, 딸 전미도를 둔 이솜이 죽기 전 자신의 행복한 기억을 돌아보는 드라마 형식이다. 아무리 깜깜한 삶이라도 가장 가까이엔 당신을 응원하는 존재가 분명히 있다는 메시지를 영상에 담았다.
싱글 ‘필링 오브 유’에서 1992년생 추수 작가와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만든 데 이어 돌고래유괴단과 손을 잡은 조용필은 “재능있는 좋은 후배들은 눈여겨 보는 편”이라고 했다.

“내 음악인생 키워드는 ‘도전’”

조용필은 특히 “나이가 들수록 도전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수라면 장르를 따지지 않고 다양하게 들어야 하고 계속 배워야 한다"며 “지금도 창법을 연구하고 여러 가수를 보면서 좋았던 부분은 따라해 본다. 그런 것이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음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용필은 "음악을 하다보면 욕심이 계속 난다"고 말했다. 사진 YPC

조용필은 "음악을 하다보면 욕심이 계속 난다"고 말했다. 사진 YPC

 
신보에는 그간 조용필이 연구한 여러 장르들이 들어있다. ‘타이밍’은 통통 튀는 일렉트로닉 팝 록 장르로, 랩처럼 빠른 엇박의 멜로디가 매력적이다. ‘왜’는 조용필이 지금까지 낸 노래 중 가장 오랜 기간 연습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그는 “몇 개월을 붙들고 있었다. 가수 생활에서 이렇게 연습을 많이 한 건 처음이다. 가성의 사용, 전달력 등을 굉장히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조용필의 음악적 도전은 계속된다.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집과 스튜디오만 오갔고 집에 들어와서도 온통 음악을 듣고 적는 것이 일상”이라며 “(음악에 있어) 해 보고 싶은 것, 욕망이 너무 많다. 앨범은 마지막이겠으나, 좋은 노래 있으면 또 들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조용필의 20집 CD 음반은 다음 달 1일 발매된다. 조용필은 신보 발매를 기념해 다음 달 23∼24일과 다음 달 30일∼12월 1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20집 발매 기념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