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조원 택배배송 막은 택배노조 간부, ‘업무방해’ 유죄 확정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비노조원의 차를 가로막거나 차키를 가져가는 등의 방식으로 업무를 방해한 택배노조 간부들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는 전국택배노조 부산지부 간부인 A·B씨에게 각각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사와 상관 없는 참고 사진. 중앙포토

기사와 상관 없는 참고 사진. 중앙포토

 
A씨와 B씨 등 부산지부 간부 4명은 파업 중이던 2021년 9월 부산의 한 대리점주가 비노조원 기사를 통해 택배를 배송하려 하자 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1년 9월 7일 오후 3시 30분 한 집배점에서 비노조원들이 배송을 하려 하자 차를 가로막은 후 차량에 실린 택배 화물을 모두 차량 밖으로 꺼냈다. 이에 비노조원이 항의하자 밤 11시 30분까지 택배 주변을 지키며 비노조원이 가져가지 못하게 했다.

이튿날 오후 비노조원들이 다시 택배를 가지러 오자 이들은 차량 앞을 또 막아섰다. 이어 차량 열쇠를 받아내 1시간 동안 돌려주지 않았다. 차량 운행을 막는 행위는 그 이튿날에도 또 반복됐다. 결국 4명 간부는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며 모두 70만원씩 벌금을 내라고 선고했다. 노조 간부들은 “지정된 택배 기사가 아닌 다른 택배 기사가 배송하려는 것에 대한 정당한 항의”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해당 택배회사 규정을 근거로 “수탁자가 집화·배송이 곤란할 경우 책임배송구역을 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담당 기사가 여러 사정으로 배송하지 못할 경우 관행적으로 책임배송구역이 조정됐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도 고려됐다.


4명 피고인 중 A씨와 B씨 등 2명은 “업무를 방해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한 적 없으며, 비노조원들이 택배 배송 업무에 사용할 수 없는 일반 차량을 이용해 불법 배송을 하려 한 것을 막은 것”이라며 항소했으나 지난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다수의 위세를 동원해 차량을 가로막은 것은 위력 행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일반 화물차량을 이용한 불법적 택배 배송을 시도한 사실이 존재하더라도, 피해자의 배송행위가 보호 가치가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당시 A·B씨가 자신들의 파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의도로 배송을 방해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하면 오히려 피해자의 무허가 화물자동차 영업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은 업무방해죄의 성립과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