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중국 꽈배기 마화(麻花), 전갈꼬리 닮은 이유는?

꽈배기. 게티이미지뱅크

꽈배기. 게티이미지뱅크

꽈배기는 어느 나라 음식일까?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한과일까, 아니면 옛날 중국 혹은 다른 나라에서 전해진 외래 과자일까?

얼핏 전통 한과처럼도 보이지만 실은 아닌 것 같다. 옛 문헌에 거의 보이지도 않고 여러 정황상 한반도에는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도 꽈배기가 있다.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말랑말랑한 꽈배기로 중국말로는 유탸오(油條)라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딱딱한 꽈배기로 중국어 이름은 마화(麻花) 혹은 마화로 만든 떡이라는 뜻에서 마화병(麻花餠)이다. 그런데 이 딱딱한 꽈배기 마화의 역사와 유래, 관련된 풍속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먼저 마화라는 중국어 꽈배기 이름부터가 엉뚱하기 그지없다. 마(麻)는 베옷을 짤 때의 원료가 되는 삼나무(혹은 풀)라는 뜻이고 화(花)는 꽃이라는 뜻이니 풀이하면 삼꽃이라는 의미가 된다.

밀반죽을 배배 꼬아 튀긴 음식이 꽈배기인데 아무리 봐도 삼꽃은커녕 어떤 꽃과도 비슷해 보이지 않는데 중국에서는 왜 얼토당토않게 꽈배기에 마화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여러 어원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 중 하나는 고대 한자의 지역 방언 발음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옛날 중국 서북지역에서는 밀가루 면(麵)을 '마'로 발음하면서 한자로는 삼 마(麻)로 표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꽃 화(花)자는 원래 전갈 갈(蝎) 자에서 비롯된 단어라는 것이다. 지금은 전갈 '갈'을 중국어로는 시에(xie)로 발음하지만 옛날 중국 서북지역에서는 전갈을 홋(hot)이라고 발음했는데 이후 발음이 화(hua)로 변하면서 꽃 '화'자로 표기됐다는 것이다.


중국식 꽈배기 마화(麻花). 쑤저우린(蘇州林)

중국식 꽈배기 마화(麻花). 쑤저우린(蘇州林)

그러니까 마화(麻花)라는 꽈배기의 중국어 이름은 삼꽃이라는 뜻이 아니라 원래는 밀가루로 만든 전갈(麵蝎) 모양의 음식에서 비롯된 음식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 중국 서북지역은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는 신강 위구르 혹은 고비 사막이 있는 몽골 지역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어원설이 맞다고 해도 왜 꽈배기를 터무니없게 전갈 닮은 밀가루 음식이라고 불렀던 것일까? 관련해서 전해지는 유래설이 있다.

옛날 중국 서북부 지역에 혹은 산서성(山西省) 일대에 무서운 독을 품은 전갈이 크게 퍼져 피해가 속출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전갈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밀가루를 독이 있는 전갈 꼬리 모양으로 빚은 후 기름에 튀겨 먹으며 전갈의 피해를 막게 해달라고 빌었다.

꽈배기를 먹는 것을 전갈 꼬리를 깨물어 먹는 것(咬蠍尾)에 비유하며 액땜을 했다는 것인데 꽈배기의 중국어 이름이 전갈 닮은 밀가루 음식에서 비롯됐다는 어원설과도 연결이 된다.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인지 옛날 중국에서는 여름이 시작되는 절기인 입하(立夏)가 되면 꽈배기를 먹으며 여름을 건강하게 무사히 지내는 한편으로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을 막아달라는 액땜 기원의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입하는 절기상으로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절이니 단오부터 맹독을 품기 시작한 곤충과 해충들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다. 그러니 독이 가득 찬 전갈 꼬리 깨물듯 꽈배기를 먹으며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빌었을 것이다.

나아가 꽈배기는 단순한 액땜의 의미를 넘어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길상(吉祥)의 의미, 화목과 축복의 상징으로도 쓰였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혹은 갖가지 잔치처럼 경사롭고 기쁜 일이 있을 때면 손님을 초대해 꽈배기를 대접하면서 축복과 감사의 기쁨을 나누었다고 한다.

전갈로부터의 피해를 막는 액땜의 상징으로서 의미는 그렇다고 쳐도 꽈배기 하나 놓고 길상과 축복 운운하는 것은 또 무슨 호들갑일까 싶은데 여기에도 나름의 배경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꽈배기의 기원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6세기 이전의 남북조 시대로 추정한다. 북위 때의 농업서 『제민요술』에 삭병(索餠)이라는 음식이 보이는데 밀가루 반죽을 새끼줄처럼 꼬았다는 뜻이다. 국수의 원조이면서 동시에 꽈배기의 초기 형태로 추정한다.

이 무렵만 해도 중국에서도 밀이 널리 보급되기 전이었기에 밀가루 음식은 상류층만이 먹는 음식이었고 그러니 꽈배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액땜의 의미에 더해 특별한 날 기쁨과 축복의 상징으로 쓰였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 꽈배기가 언제 전해졌는지 분명하게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진사기략(震史記略)』이라는 역사책에 1623년 3월 12일 밤에 있었던 광해군의 잔칫상에 꽈배기, 즉 마화병(麻花餠)이 차려졌다고 나온다. 참고로 이때의 연회는 인조반정이 일어났던 날이었으니 꽈배기는 광해군의 마지막 잔치 음식이었던 셈이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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