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0.1% 늘었다. ‘역성장’한 지난 2분기 성장률(-0.2%)보다 소폭 반등했지만, 한은의 3분기 예상치(0.5%)를 크게 밑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GDP 발표 직후 회의를 열고 “내수 회복 과정에서 수입이 증가하고, 수출이 조정받으며 성장 강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내수는 그나마 선방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중심으로 반등해 전 분기 대비 0.9% 성장했다. 민간소비는 자동차와 휴대전화 소비에 힘입어 2분기보다 0.5%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석 달 전과 비교해 6.9% 증가했다. 다만 건설투자는 건물과 토목건설 모두 같은 기간 2.8% 감소했다.
성장률을 갉아먹은 것은 수출 영향이 크다. 수출은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0.4% 줄며 감소했다.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22년 4분기(-3.7%) 이후 처음이다. 수입은 기계와 장비 등을 위주로 1.5% 늘었다.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느지 평가하는 ‘성장기여도’는 -0.8%포인트로 나타났다. 수출이 성장률을 1%포인트 가까이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한은은 성장엔진(수출)이 식은 원인으로 정보기술(IT) 품목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자동차 등 비(非)IT 품목의 부진을 꼽았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엔 한국GM 파업,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의 수출이 부진했던데다 반도체 등 IT 수출 증가율도 2분기보다 낮아진 영향으로 성장률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인 2.4% 달성엔 빨간불이 켜졌다. 신 국장은 “산술적으로 4분기에 1.2%(전 분기 대비)이상 성장해야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다”며 “3분기 수치가 낮고, 이달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올해 성장률은) 2.4%를 밑돌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에도 수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12개월째 증가세를 띤 수출은 이달 들어 20일 기준(327억6600만 달러)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또 수출 비중이 큰 중국 경제가 5%대 성장에 비상이 걸릴 정도로 부진한 것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운영하는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24일 “강력한 성장을 보였던 수출이 감소하면서 한국은 성장동력을 잃었다”며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출하량 호조가 올해 수출 급증을 견인했는데, 반도체 수퍼 사이클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는 위험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조금씩 살아나던 내수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많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에는 수출이 급격히 늘면서 내수 부진 속에서도 그나마 경기가 ‘상고하저’ 흐름이 가능했다”며 “올해 2%대 성장에 성공해도, 하반기 수출 둔화 영향으로 민간에선 온기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당분간 수출이 성장을 이끌긴 쉽지 않다”며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