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몸짓으로 일본 교토를 사로잡다...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리플렉션 [더 하이엔드]

이탈리아 민속춤인 폴카 치나타를 재해석한 현대 무용 작품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포 미’. [사진 반클리프 아펠]

이탈리아 민속춤인 폴카 치나타를 재해석한 현대 무용 작품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포 미’. [사진 반클리프 아펠]

 
남자 무용수 둘이 음악에 맞춰 회전을 시작한다. 손을 맞잡고 몸을 붙였다 떨어뜨리기를 반복하는 동시에 뱅글뱅글 돌며 마룻바닥을 누빈다. 30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격정적인 춤사위에 무용수의 머리카락과 셔츠가 이내 흠뻑 젖는다. 감동이 있다. 지난 5일, 일본 교토의 교토아트센터에서 열린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포 미’ 공연이다. 이탈리아 볼로냐 지방의 민속 무용 ‘폴카 치나타’를 안무가 알레산드로 시아르로니가 재해석해 만든 현대 무용이다.  

교토 롬 극장에서 선보인 작품 ‘룸 위드 어 뷰’. 현란한 전자 음악과 젊은 무용수의 군무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동시대 여러 문제를 춤으로 표현했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교토 롬 극장에서 선보인 작품 ‘룸 위드 어 뷰’. 현란한 전자 음악과 젊은 무용수의 군무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동시대 여러 문제를 춤으로 표현했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같은 날 저녁 교토 롬 극장에서 열린 공연 ‘룸 위드 어 뷰’는 군무가 돋보이는 현대 무용의 집결체였다. 프랑스 마르세유 국립발레단의 16개 나라 출신 ‘춤꾼’들은 채석장을 연상시키는 거대 세트를 배경 삼아 저항과 반란 속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의 모습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80여분간의 숨 막히는 순간이 끝나고 배경 음악을 맡은 전자 음악의 대가 ‘로네’와 연출은 맡은 ‘(라)호드’까지 오른 커튼콜엔 기립 박수 소리가 그칠 줄 모른다. 눈시울을 붉힌 무용수도 여럿이다.

다양한 국적의 무용수로 구성된 프랑스 마르세유 국립발레단 무용수가 참가한 '룸 위드 어 뷰' 공연. [사진 반클리프 아펠]

다양한 국적의 무용수로 구성된 프랑스 마르세유 국립발레단 무용수가 참가한 '룸 위드 어 뷰' 공연. [사진 반클리프 아펠]

 
두 공연은 ‘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리플렉션 페스티벌’ 프로그램 일부다. 이달 4일부터 11월 16일까지 교토와 사이타마 일본 두 도시에서 열리는 대규모 이벤트로 10여개 세계적인 작품이 도시 곳곳에서 공연된다. 내로라하는 연출가와 무용수가 한데 모이는 보기 드문 자리다.  

현대 무용의 예술성을 알리다
프랑스 하이 주얼러 반클리프 아펠은 2020년 이니셔티브 ‘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리플렉션(이하 댄스 리플렉션)’을 출범했다. 현대 무용을 알리는 것이 그 목적으로 이들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다. 

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리플렉션 이니셔티브는 2020년 출범했다. 현대 무용의 창작, 교육, 전승이 이들의 역할이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리플렉션 이니셔티브는 2020년 출범했다. 현대 무용의 창작, 교육, 전승이 이들의 역할이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첫째는 아티스트가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투자하고 지원하거나 영향력 있는 문화 기관과 협업한다. 두 번째는 매머드급 안무 이벤트를 벌여 현대 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이번 일본 행사도 그 일환이다. 2022년 런던을 시작으로 지난해 홍콩과 뉴욕에서도 열렸다. 축제 기간엔 공연은 물론 워크숍·대담·사진전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반클리프 아펠의 무용 및 문화 프로그램 디렉터 세르주 로랑. 댄스 리플렉션 이니셔티브를 이끈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반클리프 아펠의 무용 및 문화 프로그램 디렉터 세르주 로랑. 댄스 리플렉션 이니셔티브를 이끈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반클리프 아펠의 무용 및 문화 프로그램 디렉터인 세르주 로랑은 “현대 무용에 대한 창작∙교육∙전승이 이니셔티브의 중요한 핵심 가치 3가지”라 말하며 “공연, 예술가와의 만남, 댄스 워크숍, 사진전 등을 통해 폭넓은 현대 무용의 세계를 널리 알리는 것이 댄스 리플렉션 페스티벌의 취지”라 했다.

반클리프 아펠 댄스 리플렉션 페스티벌을 기념해 교토에서 열린 사진전. [사진 반클리프 아펠]

반클리프 아펠 댄스 리플렉션 페스티벌을 기념해 교토에서 열린 사진전. [사진 반클리프 아펠]

 

무용 문화 전승은 우리의 숙제
댄스 리플렉션 이니셔티브가 시작된 건 2020년이지만 반클리프 아펠이 무용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건 브랜드 창립 초기부터다. 1940년대 브랜드의 간판 제품이 된 발레리나 클립을 공개한 이들은 1950년대에 창립자 후손 클로드 아펠과 뉴욕 발레단 공동 창립자인 조지 발란신의 만남을 계기로 무용 분야와 깊은 유대 관계를 쌓게 된다. 

반클리프 아펠은 1940년대부터 하이 주얼리 '발레리나 클립'을 선보이며 무용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반클리프 아펠은 1940년대부터 하이 주얼리 '발레리나 클립'을 선보이며 무용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이 둘이 합작해 뉴욕에서 처음 선보인 ‘주얼스’(1967년)는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된다. 2000년대 들어서 반클리프 아펠은 발레뿐 아니라 현대 무용에 관심을 가졌다. 대표적인 예가 2012년 시작된 벤자민 밀레피드와의 협업이다. 뉴욕 발레단 수석 무용수이자 L.A. 댄스 프로젝트 창립자인 그는 브랜드의 후원 속에 젬, 리플랙션, 로미오와 줄리엣 등 여러 작품을 창작했다.  

댄스 리플렉션 이니셔티브가 후원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사진 반클리프 아펠]

댄스 리플렉션 이니셔티브가 후원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사진 반클리프 아펠]

 
반클리프 아펠은 올해로 24회를 맞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도 후원하고 있다. SPAF는 공연, 포럼, 워크숍 등 여러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예술가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무용 마당이다. 일요일(27일)에 끝나는 이 축제의 폐막작은 지젤 비엔이 연출한 ‘사람들(Crowd)’이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폐막잔인 '사람들'. 댄스 리플렉션 이니셔티브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폐막잔인 '사람들'. 댄스 리플렉션 이니셔티브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개인마다 지닌 특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사람들의 상호작용 방식을 군무로 풀어낸 작품으로 댄스 리플렉션 이니셔티브의 후원 아래 완성됐다. 작품 ‘사람들’은 26일과 27일 양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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