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 대표의 대구 방문은 당 대표 취임 후 처음이었다. 그는 출발 직전 페이스북에 “특감 임명은 현재도 유효한 당의 대선공약”이라며 “약속한 그대로 실천하는 게 기본값이다. 조건을 달아 이행하지 말자는 당론이 정해진 적이 없다”고 썼다. 2020년부터 북한 인권재단 이사와 특감 추천을 연계해서 야당과 협상을 벌인 게 당론 수준의 방침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공약 실천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국민께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진행한 두 차례의 행사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대구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여성정치아카데미 강연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너희도 똑같지 않으냐’는 반문에 당당히 답할 수 없다면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다 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화와 쇄신을 방해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자해적 이간질로 알량한 이득을 보려는 소수의 사람도 있다”고 친윤계를 직격했다.
한 대표는 이어 대구 북구에서 열린 ‘분권과 통합’ 포럼에서도 “여러분은 보수정당의 대주주, 저는 대표이사”라며 “변화와 쇄신으로 정부를 지키고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11월 15일 이후 1심 선고가 내려지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언급하며 “범죄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한 대표의 지지자들이 대거 참석해 ‘취임 100일 기념’ 꽃다발을 전하고 한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다. 반면, 일부 참석자는 특감 추진을 반대하며 한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특감 추진은 원내 사안”이라며 한 대표에게 제동을 걸었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 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특감 추천 연계가 당론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중에 저희끼리 얘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했는데, 여기서 어떤 입장을 밝히면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수렴에 오히려 방해될 수 있어서 말을 아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에선 다음 달 초 소집 예정인 의원 총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격론 후 표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장동혁·조경태·박정훈 의원 등 일부 친한계 의원들은 이날 추 원내대표에게 의총 전 면담을 요청했다. 박 의원은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의총 전 만날 가능성도 있다”며 “당의 두 지도자가 논의해서 잘 풀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도 “특감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연계 문제는 당연히 당에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는 헌법적 가치이자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친윤계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특감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도 국회서 만든 법대로 당연히 이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북한인권재단은 우리가 투쟁 끝에 만든 법인데, 어느 건 하고 어느 건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5선의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라며 “내부 패권 다툼은 해당행위”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