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운영을 맡은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사회가 보는 의사, 지성인으로서 의사의 역할 등 다양한 의사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환기시키기 위해 다양한 인문사회 강의를 통합한 수업”이라며 “이태원 참사 등 사회와 연관된 다양한 의료계 이슈를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의과대학에도 의대생의 기초 소양을 키우기 위한 인문사회의학 교육과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 의대에선 이런 수업을 편성하기조차 쉽지 않은 데다 특정 학년에 몰려있어 실질적인 교육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저학년에 집중 편성된 인문사회의학 수업
의대 강의로 보면 ▶언어 ▶역사 ▶예술 ▶윤리 ▶읽기·쓰기·토론부터 ▶의사(史)학 ▶의철학 ▶임상심리학 등 의학적 지식 외 분야를 다루는 수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교수는 “많은 의대가 의예과 내 교양과정으로 인문사회의학 관련 내용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학과(본과)에서는 인문사회의학 교육과정이 저학년에 주로 편성되어있고, 의료법 등 국가고시 관련 과목이 고학년에 편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규미 중앙대 커리큘럼혁신센터 교수 연구팀은 ‘의과대학 통합 6년제 학제 개편에 대한 인식 연구’에서 “현 교육과정에서 의사로서 사명감, 헌신, 생명존중 등 기본 소양 교육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대부분 예과 2년에 편중되어 있으며 의학과 진급 후에는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과 땐 노느라, 본과 땐 공부하느라 깊은 사고 못 해”
의대생들 사이에서 기초 소양 과목에 대한 학습 동기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희 교수는 “의대마다 교육과정을 구성, 편성할 인력이 부족한 데다 수업들도 이론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실효성이 없다는 학생 평가가 있었다”고 했다.
예과와 본과를 6년제로 통합하자는 주장도 있다. 6년 동안 실습, 이론, 소양 수업을 꾸준히 편성하는 등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지난 2월 각 대학이 의대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공포했다. 예과 2년·본과 4년으로 나눌 필요 없이 대학이 알아서 6년 과정을 운영하라는 것이다.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 교수는 “의예과 때는 노느라 정신이 없고, 본과 올라가면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다 보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떤 의사가 될지 깊이 있게 사고를 못 한다”며 “통합 6년제로 다양한 수업 구성이 늘어나면 필수 의료 분야나 의과학 분야에 진출하는 졸업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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