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칼 로댕으로 불리는 빌스가 울산에서 조각형 벽화를 재능기부로 그리고 있다. 사진 울산시
울산시가 국보 제285호 '반구천 암각화'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추진 중인 가운데 울산 시내 곳곳에 세계 유명 거리예술 작가의 벽화 등이 내걸리고 있다. 이들 작가는 선사시대 바위 그림인 반구천 암각화가 거리예술의 시원(始原)이라고 보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응원하자는 차원에서 재능기부하고 있다.
울산시는 28일 "각종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최근 유명 작가의 재능기부 작품이 알려지면서 작품을 보러 오는 외지인이 늘었다"며 "이들 작품이 있는 거리가 울산의 새 명소가 됐다"고 밝혔다.
재능기부 작품은 울산 곳곳에 있다. 먼저 남구문화원 외벽에는 가로 5m, 세로 12m 벽화형 포스터가 내걸려 있다. 미국 작가 세퍼드 페어리가 그린 이 포스터는 지구 보호를 주제로, 고래와 나무 형태의 지구 이미지로 완성했다.
작가는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선거 유세 포스터, 카멀라 해리스 미 대통령 후보의 초상을 그렸다. 그는 최근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를 기원하며 마련한 '반구천에서 어반아트' 전시 참석차 울산을 찾았다가 해당 작품을 제작해 선물했다고 한다.
셰퍼드 페어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스튜디오를 두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스프레이 페인트와 스텐실·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한 작품으로 예술의 영역을 갤러리에서 거리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산시 관계자는 "세계적인 작가의 순수한 재능기부로 귀한 벽화를 도심 한가운데 내걸 수 있게 돼 영광이다"고 말했다.
셰퍼드 페어리가 울산에서 팬들을 만나고 있는 모습. 사진 울산시
울산문화예술회관 분수대 옆에는 고래·장미꽃·여성 얼굴 등이 새겨진 가로·세로 각 5m 크기의 조각형 벽화가 있다. 포르투갈의 로댕으로 불리는 유명 조각가 빌스가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면서, 지난달 16일부터 25일까지 울산에서 직접 만들어 내건 재능기부 작품이다. 빌스는 폭약·드릴 등을 활용한 조각 기법을 활용, 세계적인 호평을 받는 작가다.
이와 함께 울산과학대 건물 벽 곳곳엔 웃는 노란 고양이 그림인 '무슈샤'로 유명한 토마뷔유 벽화와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문화예술 부문 훈장을 받은 존원 벽화가 있다.
토마뷔유는 지난달 12일과 지난 3월 두 차례 '반구천에서 어반아트' 전시와 관련해 울산을 찾았다가 평소 인연이 있는 울산시·울산과학대·전시 기획사 관계자 초청으로 무슈샤 벽화를 재능기부로 그렸다.
그의 작품은 청운국제관 2층 난관 벽에 가로 7.1m, 세로 1.3m 크기로 걸려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난달 두 번째 방문에서 토마뷔유는 고래도시 울산을 의미하는 고래와 귀신고래 캐릭터 '장생이' 등을 무슈샤(노란 고양이) 옆에 선보였다"고 전했다.
토마뷔유가 울산과학대에서 무슈사 작품을 그리고 있다. 사진 울산과학대
울산과학대에 그려진 존원의 그라피티. 사진 울산과학대
또 울산과학대 캠퍼스 1공학관 외벽에는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문화예술 부문 훈장을 받은 미국 출신 그라피티 작가 존원 작품도 있다. 존원 역시 지난 6월 같은 전시회 참석차 울산을 찾았다가 기획사 등 지인 초청으로 학교를 방문, 12시간에 걸쳐 외벽에 가로 7m, 세로 19m 그라피티를 그렸다. 그라피티에는 ‘Rock’(암벽) 같은 단어가 써있다. 선사시대 바위 그림인 반구천 암각화를 떠올리며 그린 것이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미국 국적인 존원은 그라피티를 거리의 낙서에서 현대 미술의 한 장르로 발전시킨 작가다. 에어 프랑스·롤스로이스·LG 등 글로벌 브랜드와 다양한 협업을 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잠실에 있는 한 전시장에서 젊은 남녀가 훼손한 고가(5억원 추정)의 그림도 존원 작품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최근 셰퍼드 페어리를 비롯해 존원·빌스·토마뷔유 등 세계적인 거리예술 작가가 울산 도심 곳곳에 좋은 작품을 남기고 있다"면서 "울산을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세계인이 찾는 '꿀잼도시'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