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 쓰레기섬” 망언, 美대선 흔드나…이곳 출신 유권자만 600만명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27일 트럼프 지지연설에서 라틴계·흑인·팔레스타인·유대인 등 다양한 인종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내뱉었다. AP=연합뉴스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27일 트럼프 지지연설에서 라틴계·흑인·팔레스타인·유대인 등 다양한 인종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내뱉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지지자가 공개 연설 중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 말해 일주일 남은 미 대선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카멀리 해리스 민주당 후보 측은 이 발언을 잘라 붙여 온라인 광고를 내놨고 트럼프 측은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유세에 찬조연설자로 나섰다. 힌치클리프는 농담조로 "지금 바다 한가운데에 문자 그대로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 있다. 푸에르토리코라고 부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미 청중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으나 그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힌치클리프는 흑인을 수박에 빗대는 인종차별적 비유를 썼고, 라틴계가 "아기를 낳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선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라고 부르면서 "유대인들은 돈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유대인 비하 표현도 사용했다.

다른 찬조연설자 역시 대선 후보의 유세장에 맞지 않는 수준의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루디 줄리아나 전 뉴욕 시장은 "해리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에서 테러리스트 편에 섰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려고 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의 유년 시절 친구와 라디오 진행자 등도 성차별 또는 인종차별 시비가 붙을 수 있는 발언이 다수였다.

리키 마틴 등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명 인사들이 강한 분노를 드러내며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AP=연합뉴스

리키 마틴 등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명 인사들이 강한 분노를 드러내며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AP=연합뉴스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명 가수인 리키 마틴은 SNS에 "이것이 그들이 우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트럼프 측 인사들에게 집중 공격을 당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 열린 나치 지지 집회를 재연했다"고 비판했다.


푸에르토리코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인구 32만명의 섬으로 미국령이다. 주민들은 미국 시민권을 갖지만 선거인단이 배정돼 있지 않아 대선 투표권은 없다. 하지만 미국으로 이주해 투표권이 있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은 600만명으로 히스패닉계 중 두 번째로 많다.

푸에르토리코 이주민이 많은 플로리다주의 경우, 같은 공화당 의원들도 쓴소리를 냈다. 상원의원 릭 스콧은 "(쓰레기 섬) 농담은 재미도 없었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했고, 마리아 살라자르 하원의원도 "인종차별적 발언이 역겨웠다"며 "이 발언은 공화당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측은 "문제의 농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각이나 입장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밴스 부통령 후보는 "어리석고 인종차별적인 농담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사소한 일에 기분이 지나치게 상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반면, 해리스 캠프는 논란을 집중 부각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해리스 측은 "위험할 정도로 분열적이고 모욕적인 메시지"라며 트럼프의 백인 우월주의 이미지를 파고 들었다. 힌치클리프의 발언으로 시작하는 광고도 만들었다. 이 광고엔 "푸에르토리코 사람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NYT는 "트럼프 캠프는 인종주의자, 파시스트라는 상대의 비판이 유권자에 영향을 줄까봐 걱정하고 있다"면서 "선거가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