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시상식 참석자 명단에 한국의 피폭자도 넣었다.
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니혼히단쿄는 오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릴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할 대표단 31명 명단을 이날 발표했다. 여기엔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과 브라질 피폭자 모임 와타나베 준코 등 니혼히단쿄 소속이 아닌 해외 원폭 피해자 단체 회원도 포함됐다.
다른 참석자들은 니혼히단쿄 대표위원인 다나카 데루미(92), 미마키 도시유키(82), 다나카 시게미쓰(84)씨 등 대부분 회원들이다. 이들은 시상식 참석 이외에 현지에서 고교생이나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피폭 증언 활동 등도 한 뒤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1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니혼히단쿄가 선정되자 일부 일본 언론들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정원술 회장은 당시 도쿄신문·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핵무기 근절은 피폭자 공통의 바람"이라며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면 일본 피폭자들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우리들의 존재에도 주목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1943년 9월 9일 히로시마 출생인 정 회장은 일제강점기 경남 합천에서 일본으로 강제 동원된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다. 2살 때인 1945년 8월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피폭됐고, 해방 후 다시 부모님 고향인 합천으로 돌아왔다.
어릴 적부터 기관지 관련 질병을 달고 살았던 그는 어느 날 부모님으로부터 피폭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아버지는 그에게 '원폭 피해를 당했다는 말을 남들에게 하면 차별을 받으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은퇴 후 그는 합천 등 한국에 자신과 같은 원폭 피해자가 많다는 걸 깨닫고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서 활동했다. 이 협회가 일본 내무성 경보국 발표를 바탕으로 만든 자료에 따르면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로 발생한 피폭자는 약 74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한국인은 약 10만명으로 70∼80%가량이 합천 출신이다. 합천이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이유다. 정 회장은 현재도 합천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