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의 가장 큰 장벽이 허물어졌다.
무비자로 최대 15일까지 비즈니스, 여행 및 방문을 위한 체류가 가능해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를 무비자 대상국으로 깜짝 발표하자, 여행 및 항공업계는 반색하는 한편 이번 결정의 배경과 기대 효과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린젠(林劍)은 “중국은 국내외 교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비자 면제국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며, “2024년 11월 8일부로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안도라,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한국의 일반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무비자 정책을 시범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에 따르면, 이번에 시행되는 비자 면제 조치는 오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지속한다.
여행⋅항공주 급등, 코로나 이전 회복 기대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무비자 정책 발표 이후 중국 여행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존 중국 여행이 주로 50~60대 단체 패키지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개인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20~30대 젊은 세대의 중국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까지 개인적으로 중국을 여행하려면, 필요 서류를 준비해 비자 서비스센터에 방문해 단수 비자 기준 최소 4만 6000원을 지불하고 비자를 신청해야 했다. 이 수고를 덜기 위해 여행사를 통하면 비자 발급에만 1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간다. 비자가 중국 여행의 큰 진입장벽으로 여겨진 이유다. 중국의 무비자 정책 발표 이후, 각 여행사는 다양한 연령대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중국 여행 상품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다.
일방적 무비자, 깜짝 발표의 배경은?
우선 이번에 중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9개국을 대상으로 무비자 정책을 단행한 것은 경기 둔화 속 관광수입을 확대하려는 목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관광산업 활성화 및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무비자 정책을 확대해 왔고, 이를 통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의 수는 818만 6000명(연인원)으로, 동기 대비 48.8% 늘었다. 그중 무비자로 입국한 사람이 488만 5000명(연인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6% 증가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신원(澎湃新聞)은 트립 닷컴의 데이터를 인용, “올해 상반기 인바운드 여행(외국인의 중국 여행) 주문 건수가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트립닷컴연구원(攜程研究院) 업계 애널리스트 왕야레이(王亞磊)는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광저우(廣州)-선전(深圳) 등 기존 인기 도시 외에 청두(成都), 충칭(重慶), 항저우(杭州), 시안(西安) 등이 외국인 여행객의 입국 도시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밖에, 장자제(張傢界, 장가계), 리장(麗江), 샹그릴라(香格浬拉) 등 천혜의 절경으로 유명한 관광지도 외국인 여행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무비자 정책이 지난 1일 급작스레 발표된 것은 미국의 대선 향방이 결정되기 전 중국이 보여준 외교적 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중 관계가 전례 없이 경색된 가운데 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한 우호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이 최근 무비자 정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지만, 다수가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를 비롯해 중국과 우호적이거나 정책적으로 협력이 필요한 국가들이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