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채택된 상법 개정안의 핵심으로는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가 꼽힌다. 현행법에서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조항의 대상을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했다. 경제계의 한 인사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들은 앞으로 결정을 내릴 때 회사 이익뿐 아니라 각 주주가 입게 될 손익까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의 경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받아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측은 “소액주주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의총에서는 ‘외려 소액 주주 보호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이견도 나왔다고 한다. 노 대변인은 “‘지분이 많은 특정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부분은 상임위 논의 과정 등에서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법 개정안 심사를 맡을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행동주의 펀드에 기업의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상법 개정안으로 주인 없는 회사를 만들면 기업의 장기 투자 가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야당이 강행 처리할 경우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행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소액투자자들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점은 부담이다. 김상훈 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법에 따른 인수ㆍ합병 때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가 많다”며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는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 10대 기업 중 4곳, 30대 기업 중 8곳의 이사회 과반이 ‘외국기관 투자자 연합’에 넘어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앞서 11일 이재명 대표와 만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기업 투명성을 제고하면 기업 가치도 제고되고, 이는 시장 투명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