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넘겼는데…美 재무부, 한국 ‘환율 관찰대상국’ 지목

미국이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목했다. 환율을 조작할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 대상으로 꼽았다는 의미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맞춰 풀어야 할 경제정책 방정식의 난도가 한층 높아졌다.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의회에 보고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에 올렸다. 중국·일본·싱가포르·대만·베트남·독일 등 7곳도 함께 지목했다. 이 중 이번에 관찰대상국으로 새롭게 추가한 국가는 한국뿐이다.

처음 겪는 일은 아니다. 한국은 2016년 상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2019년 상반기를 제외하고 매번 관찰대상국에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올해 상반기에 제외됐다가 이번에 다시 지정됐다.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환율 시장 상태가 무질서한 예외적인 상황으로만 환율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환율에 함부로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받아든 셈이다.

미국은 2015년 제정한 무역촉진법에 따라 자국과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환율정책을 평가해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환율 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 내지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해왔다. 구체적으로 ①상품·서비스 등 대미(對美) 무역 흑자 150억 달러 이상 ②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3% 이상 ③8개월간 GDP 2%를 초과하는 달러 순매수 등 3개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 조작국, 2개를 충족하면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올해 6월 말 기준 대미 무역 흑자가 500억 달러다. 1년 전 380억 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GDP에서 차지하는 경상수지 흑자 비중도 0.2%에서 3.7%로 증가해 2개 요건을 충족했다. 마지막 요건인 환율 개입은 같은 기간 90억 달러(GDP의 0.5%)를 순매도해 해당하지 않았다.


환율은 나라 경제 체력과 대외 신인도를 평가하는 대외 성적표다. 특히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데다 수출 주도 경제 구조라 ‘환율 주권’에 민감하다. 미국 재무부 결정에 주목하는 건 최근 트럼프 당선 이후 급등한 환율이 15일까지도 ‘위험 수위’인 1달러당 1400원을 넘나든 상황이라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외환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할 경우 시장 안정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구두(口頭) 개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는 환율 조작국에 비해 한 단계 낮은 만큼 관찰대상국이 받는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다”면서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건 안 되지만, 시장 안정을 위한 환율 조정은 충분히 용인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1기(2017~2020년)’ 시절 미국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해 압박했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트럼프는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는 국가에 보복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 중 8위다. 어떤 형식으로든 관세 부담이 불가피한데 환율 관리 부담도 커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에 한가지 변수가 추가된 셈"이라며 “정부의 환율 개입은 위기 상황에서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한 최소한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