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향후 1년간 총 10조원 어치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발행된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가에는 호재로 통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결정이 삼성전자 주가의 단기 반등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의 대장주가 힘을 내자 코스피‧코스닥도 동시에 반등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6% 오른 2469.07에, 코스닥 지수는 0.6% 상승한 689.55에 장을 마감했다. 양 지수가 함께 상승한 건 2주 전인 지난 4일 이후 처음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 상승과 함께 금융당국의 밸류업 펀드 조성 계획, 원화 약세 진정세 같은 호재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짚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달러 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3.6원 오른(환율하락)1395.2원을 기록했다. 한동안 1400원대를 기록했던 달러 당 원화가치는 2거래일 연속 1300원대를 지켰다.
문제는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냐다. 자사주매입같은 주가 부양책이 반드시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보장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10월 30일부터 2016년 1월 19일까지 4조원이 넘는 자사주 소각에 나섰지만, 해당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되레 16.2% 떨어졌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엔비디아로 HBM 메모리를 공급한다는 사실을 확정하고, DDR5 가격이 회복 기미를 보여야 추가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피크아웃(정점 기록 후 하락) 우려, ‘트럼프 2기’에서 보호무역이 강화할 가능성 등의 악재도 변수로 꼽힌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매입 효과를 감안한다 해도 삼성전자 주식을 본격적으로 매수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반도체 업황 하락 등 악재 속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로선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에 지친 국내 투자자의 ‘국장(국내 주식시장) 탈출’ 고착화도 넘어서야 할 산이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시중 자금 규모가 한정된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종목의 매력은 엔비디아나 비트코인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다”며 “이에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와 암호화폐로 몰리고 국내 증시를 떠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배 대표는 “떠나는 국내 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데 현재 국내 증시 문화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주친화적 정책, MSCI 선진지수 편입 등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