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은행은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이 191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2분기보다 18조원 늘면서 2021년 3분기(35조원)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가계신용 잔액은 2022년 4분기(-3조6000억원) 당시 약 10년 만에 처음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1분기(-14조3000억원)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1년 반째 늘어나고 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사(공적 금융기관과 대부업체 포함)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포함한 ‘포괄적 가계 부채’를 의미한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 가계신용 가운데 카드대금(판매신용)을 제외한 3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95조8000억원으로 석 달 전보다 16조원 늘었는데, 역시 2021년 3분기(34조8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이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19조4000억원 급증한 1112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증가 폭(16조원)보다 커졌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683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조4000억원 줄었다. 12분기 연속 내리막이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증권 투자가 위축하면서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주는 신용공여액이 3조2000억원 감소했다. 판매신용 잔액은 추석 연휴 등으로 신용카드 이용 규모가 늘면서 전 분기 대비 2조원 늘어났다.
가계신용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한은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2020년과 2021년엔 가계부채가 분기 평균 30조원 넘게 늘면서 증가 속도가 빨랐다. 김 팀장은 “3분기 가계신용 증가 폭 18조원은 2015~2023년 장기평균 22조2000억원을 밑돌고 있다”면서 “3분기까지 누적 증가율 1.5%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면서 앞으로 가계부채는 둔화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택 매매가 이뤄지면 1~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영향을 주는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7월 이후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정부 정책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9월부터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 흐름을 보였다”며 “가계부채를 급격히 줄이면 소비 등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한은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분기 말 기준 한국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1%로 집계됐다.
한은이 28일 열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약 4년 만에 시작된 금리 인하에 다시 제동을 걸 가능성도 커졌다.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10월 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난 데다 최근 가파르게 내린 원화가치(환율은 상승) 등의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