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協, 3주 만에 파행…의료계 단체 참여 중단 선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종태 KAMC 이사장,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국민의힘 이만희, 김성원, 한지아 의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뉴스1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종태 KAMC 이사장,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국민의힘 이만희, 김성원, 한지아 의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뉴스1

 
의료 개혁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 해결을 위해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3주 만에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국민의힘 측 대표로 협의체에 참여한 이만희 의원은 1일 협의체 4차 전체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2025년도 의대 정원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지만,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참으로 어려운 요구였다”며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협의체 대표들은 당분간 공식적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합의된 회의 재개 날짜는 없다”며 “휴지기 동안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와 대화를 지속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체는 정부와 국민의힘,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참여로 지난달 11일 시작됐다. 의정갈등 9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마련된 의ㆍ정 간의 대화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의 불참 속에 어렵게 개문발차한 협의체가 파행을 맞이한 건 이날 회의에서 의학회와 KAMC가 협의체에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더 이상의 협의가 의미가 없고, 정부와 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의학회와 KAMC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이날까지 3주간 4차례의 전체회의, 4차례의 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한 대화를 이어왔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의학회와 KAMC는 “정부가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달라”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제한, 예비 합격자 축소 등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급박한 현실에서 유연한 정책 결정을 통해 의정 사태 해결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여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으나 정부는 어떠한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며 “여당은 해결을 위해 정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거나 중재에 나서지 않아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오른쪽)과 이종태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를 마치고 협의체 참여 중단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오른쪽)과 이종태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를 마치고 협의체 참여 중단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미 대입 수시모집 전형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드는 등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의료계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학년도 입학 정원과 관련해 현재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혼란을 초래하는 어떤 조처를 하는 것은 수험생을 비롯한 교육 현장에 막대한 부담 주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밝혔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ㆍ여당도 (의료계 제안에 대해)많은 걸 검토했지만 그 길을 가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협의체 참여자들은 그간 대화의 성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의학회 이 회장은 “의대생들에 대한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이 이뤄졌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자율성 보장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평원 자율성 보장과 관련해 고등교육 평가ㆍ인증 규정 개정안 변경을 잠정 중단키로 결정했다”라며 “첨예하게 입장차가 있던 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대한의사협회 비대위가 최근 ‘2025년 의대 모집 중단’을 요구한 것과 관련 “그런 강경한 목소리가 국민 여론을 더 악화시켰고, 어떠한 여지도(마련하기) 오히려 어렵게 만든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은 협의체는 중단되더라도 의대 정원 논의를 뺀 나머지 의료개혁 안건에 대해선 의료계와 물밑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 의원은 "대화의 물꼬를 텄으며, 대화는 지속할 것"이라고 협의체 출범의 의미를 강조하며 "공식적 자리가 아닌 비공식적 물밑 협상으로 대화를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의학회 등도 협의체 참여는 중단하지만, 정부가 속도 내고 있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 사업 등에 전문가로서의 의견 제시는 계속할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협의체 시작 때 약속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어렵게 됐다. 지난 11일 첫 회의를 마친 뒤 국민의힘 대표자인 김성원 의원은 “협의체가 12월 말까지 기한을 두고 운용한다”면서 “가능한 12월 22일, 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대로라면 의정갈등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