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톡톡 튄다" 인도 공대 향한 기업들의 브레인 찾기

인도공과대학(IIT) 마드라스 캠퍼스 센터 전경. 중앙포토

인도공과대학(IIT) 마드라스 캠퍼스 센터 전경. 중앙포토

인도의 ‘두뇌’를 잡아라-. 현대차·기아가 인도공과대학(IIT)과 연구 협력을 맺는 등 글로벌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인도가 한국 제조기업들의 연구개발(R&D)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3일(현지시간) 인도 IIT의 델리(IITD)·봄베이(IITB)·마드라스(IITM) 등 3개 캠퍼스와 ‘현대혁신센터’(Hyundai CoE) 공동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배터리·전동화 분야 기술 공동 연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내년부터 5년간 약 100억원을 투자해, IIT와 배터리·전동화 관련 공동 연구를 하고 향후 소프트웨어(SW)·수소연료전지 등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할 방침이다. 성낙섭 현대차·기아 연구개발기획조정실 전무는 “현대차·기아는 인도 학계와의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동반 성장하며 배터리·전동화 분야의 첨단 기술을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인도공대에 100억 투자 산학협력 

현대차·기아는 3일(현지시각) 인도공과대(IIT) 3개 캠퍼스와 ‘현대혁신센터’ 공동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류재완 현대차 인도권역기획실장(상무), 이근한 현대차 인도기술연구소장(상무), 성낙섭 현대차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전무), 랑간 바네르지 IIT델리 총장, 사친 팻워드한 IIT봄베이 학장, 마누 산타남 IIT마드라스 학장, 프리티 판다 IIT델리 학장.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는 3일(현지시각) 인도공과대(IIT) 3개 캠퍼스와 ‘현대혁신센터’ 공동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류재완 현대차 인도권역기획실장(상무), 이근한 현대차 인도기술연구소장(상무), 성낙섭 현대차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전무), 랑간 바네르지 IIT델리 총장, 사친 팻워드한 IIT봄베이 학장, 마누 산타남 IIT마드라스 학장, 프리티 판다 IIT델리 학장. 사진 현대차그룹

ITT는 1951년 설립된 명문 공대로, 인도 전역에 23개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현대혁신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캠퍼스 3곳은 인도 학계에서 영향력이 큰 거점 캠퍼스로 평가 받는다. 현대혁신센터는 인도 현지에 특화된 산학 협력 모델인 전문연구조직 ‘CoE(Centre of Excellence)’를 기반으로 한다. 현대차그룹은 단발성 기술 과제가 아닌 지속적 협력으로 R&D 역량을 강화하고 현지 수요에 기반한 기술 혁신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대학들과 R&D 협력을 넓히고 있다.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기술력 확보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서울대와 협약을 맺고,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석사과정)인 미래자동차모빌리티학과를 만들었다. 또 서울대에 배터리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300억원을 투자해 연구 활동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인도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기념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타종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지난 10월 인도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기념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타종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인도 타밀나두주 현대차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타밀나두주 현대차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인도 공대까지 협력을 확대한 건 정보기술(IT) 강국이자, 공학 인재층이 두터운 ‘인도의 두뇌’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인도의 IIT·국립공과대학(NIT) 등에선 매년 150만명의 엔지니어가 배출되고, 컴퓨터·전기전자·화학·기계공학·금속공학 등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도 매년 250만명에 이른다. 제조업 설계 인력 기반이 탄탄하다는 의미다. 

인구 대국인 만큼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많다. 인도는 지난해 기준 108개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3위 규모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에도 인도 IIT를 졸업한 인재들이 핵심 경영진에 포진해 있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신진 교수진에 연구 아이디어를 공모받아 맞춤형 기술·기능을 발굴하고, IITD에 있는 인도 유일의 전기차 연구기관 CART과도 협력해 인도의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텔랑가나주 하이데라바드에 운영하는 현대차인도기술연구소(HMIE)를 소형차 글로벌 R&D 허브로 키워가는 동시에, 공대에 연구 인프라를 투자해 현지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 10월 현지에서 기업공개(IPO)를 마쳤다.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에서 삼성전자 공장 전경. EPA=연합뉴스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에서 삼성전자 공장 전경. EPA=연합뉴스

삼성·구글·IBM도 인도공대에 R&D 러브콜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인도 공대와의 접점을 늘리는 등 현지 R&D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인도 70개 공대와 산학협력 프로그램(삼성프리즘)을 운영 중이다. 

삼성 노이다연구소(SRI-N)는 지난달 IITB와 MOU를 맺고, 향후 5년간 AI·디지털헬스 등 신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SRI-N은 또 올해 초부터 IIT 칸푸르(IITK)와는 AI·건강·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고, 삼성 방갈로르연구소(SRI-B)는 2021년 KLE공대에 AI·머신러닝 및 데이터 공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밖에 삼성디지털아카데미·삼성이노베이션랩 등을 개설해 현지 인력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운영 중인 연구소만 5곳으로, 스마트폰·반도체·선행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구글 역시 IITB와 인공지능(AI)·머신러닝 연구 협력 중이며, IBM은 지난해 인도 교육부와 MOU를 맺고 AI·클라우드 등 전문가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IITB·IITD 등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 방갈로르에서 열린 '방갈로르 테크 서밋 2024'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인도 방갈로르에서 열린 '방갈로르 테크 서밋 2024'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국내의 ‘의대 선호’로 한국의 공대가 위기에 처한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인도 등과 공학 R&D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인도는 국가주도로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는 등 노력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공학 허브로 인정받고 있다”며 “국내에 인도의 우수 공학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만은 해외 반도체 인재 영입을 위해 영주권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데, 한국도 공학 기반 유지를 위해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