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는 3일(현지시간) 인도 IIT의 델리(IITD)·봄베이(IITB)·마드라스(IITM) 등 3개 캠퍼스와 ‘현대혁신센터’(Hyundai CoE) 공동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배터리·전동화 분야 기술 공동 연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내년부터 5년간 약 100억원을 투자해, IIT와 배터리·전동화 관련 공동 연구를 하고 향후 소프트웨어(SW)·수소연료전지 등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할 방침이다. 성낙섭 현대차·기아 연구개발기획조정실 전무는 “현대차·기아는 인도 학계와의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동반 성장하며 배터리·전동화 분야의 첨단 기술을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인도공대에 100억 투자 산학협력
현대차그룹은 최근 대학들과 R&D 협력을 넓히고 있다.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기술력 확보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서울대와 협약을 맺고,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석사과정)인 미래자동차모빌리티학과를 만들었다. 또 서울대에 배터리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300억원을 투자해 연구 활동 지원하기로 했다.
인구 대국인 만큼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많다. 인도는 지난해 기준 108개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3위 규모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에도 인도 IIT를 졸업한 인재들이 핵심 경영진에 포진해 있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신진 교수진에 연구 아이디어를 공모받아 맞춤형 기술·기능을 발굴하고, IITD에 있는 인도 유일의 전기차 연구기관 CART과도 협력해 인도의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텔랑가나주 하이데라바드에 운영하는 현대차인도기술연구소(HMIE)를 소형차 글로벌 R&D 허브로 키워가는 동시에, 공대에 연구 인프라를 투자해 현지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 10월 현지에서 기업공개(IPO)를 마쳤다.
삼성·구글·IBM도 인도공대에 R&D 러브콜
삼성 노이다연구소(SRI-N)는 지난달 IITB와 MOU를 맺고, 향후 5년간 AI·디지털헬스 등 신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SRI-N은 또 올해 초부터 IIT 칸푸르(IITK)와는 AI·건강·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고, 삼성 방갈로르연구소(SRI-B)는 2021년 KLE공대에 AI·머신러닝 및 데이터 공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밖에 삼성디지털아카데미·삼성이노베이션랩 등을 개설해 현지 인력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운영 중인 연구소만 5곳으로, 스마트폰·반도체·선행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구글 역시 IITB와 인공지능(AI)·머신러닝 연구 협력 중이며, IBM은 지난해 인도 교육부와 MOU를 맺고 AI·클라우드 등 전문가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IITB·IITD 등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의대 선호’로 한국의 공대가 위기에 처한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인도 등과 공학 R&D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인도는 국가주도로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는 등 노력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공학 허브로 인정받고 있다”며 “국내에 인도의 우수 공학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만은 해외 반도체 인재 영입을 위해 영주권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데, 한국도 공학 기반 유지를 위해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