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국무회의, 서명도 개회선언도 없었다…한 총리 "형식·내용 다 흠결"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선포 전 이뤄진 국무회의에 대해 “그 자체가 많은 절차적, 실체적 흠결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개회·종료선언 같은 기본적인 절차 요건을 지키지 않았고, 계엄법상 국무회의에서 심의해야 할 계엄사령관의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2~3분 정도 머물다가 갔다는 국무위원 진술도 추가로 공개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문에서 “3일 오후 8시 40분쯤 윤 대통령으로부터 그 말씀(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반대했다”며 “이후 국무위원들하고 함께 반대, 설득하는 게 좋겠다 해 (내가) 국무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자신이 반대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 경제, 그리고 신인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고, 국민의 수용성도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12·3 계엄 선포 직전 진행된 국무회의의 절차적·실체적 흠결도 조목조목 제기됐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의 기록과 속기, 개회·종료 선언 등이 이뤄졌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비상계엄을 선포한 국무회의는 국무회의가 아닌 게 맞죠’라는 지적에도 “동의한다”고 했다.

헌법 82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副署·서명)한다’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총리는 ‘총리와 국무위원이 부서했느냐’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물음에 “안 했다”고 답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허리를 굽혀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허리를 굽혀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는 “공식적 국무회의처럼 운영은 되지 않았다”며 “계엄사령관이 누가 되는지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급 장교 중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계엄법 규정(제5조 1항)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국무회의를 심의를 거치지 않고 계엄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국무위원이 국무회의 심의 내용을 까맣게 몰랐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3일) 오후 10시 10~15분 사이 회의장에 들어갔는데 전혀 상황을 몰랐기 때문에 옆 분에게 무슨 회의를 하는지 여쭤봤다”며 “딱 두 글자 들었다. ‘계엄’”이라고 했다. 그는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기 때문에 당황스러워서 기억하기 어렵다”며 “(윤 대통령이 머문 시간은) 제 기억으로는 2~3분 정도인데, ‘지금 회의를 마칩니다’라는 선언 없이 잠시 들어왔다 나갔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위원들은 “모두가 우려했고 반대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 앞에서 ‘계엄 반대한다’고 피력한 사람 손 들어보시라”고 했을 때 명확하게 손을 든 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2명이 전부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긴급현안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긴급현안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내란의 수괴는 누구냐’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 질문에 “대통령으로 지금 논의가 되고 있다”고 답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계엄해제 당일인 4일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만난 일에 대해 “술은 먹지 않았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합류 의향을 묻는 말엔 “제 코가 석 자”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지난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와 공동으로 발표한 ‘공동국정 운영방안’에 대해 “저는 본 적도 없다. (공동 대국민 담화 발표) 당시까지 못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