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팻 라이더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전투를 벌였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 정부 당국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의 교전과 사상자 발생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더 대변인은 북한군이 러시아 부대에 통합된 상태이며 주로 보병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군이 지난주 전투에 투입됐으며 “구체적인 사상자 수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난 며칠 간 북한 군인들이 전장의 제2선에서 최전선으로 이동하고 전투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군이 전사자와 부상자 등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본다”면서 피해 규모에 대해 “수십 명이다. 대수롭지 않은 피해가 아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무부 매슈 밀러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러시아 내 전장에서 전사한 북한 군인을 봤다”며 “쿠르스크에 배치돼 전투에 참여한 북한군은 이미 우크라이나군의 합법적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북한군 파병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확전을 목격했다”며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싸우도록 보내는 것은 더 큰 확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DIU)은 이날 쿠르스크에서 최소 30명의 북한군이 사망 또는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국방정보국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같이 전하며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한 지역으로 쿠르스크의 플레호보와 보로즈바, 마르티니브카 마을 일대를 짚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지난 10월 1만여 명을 파병했다. 파병 병력의 상당 규모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 기습으로 빼앗긴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는 작전에 투입됐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4일 말했다.
미 정부, 러 파병 관련 北 장성 등 제재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오른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과 리창호 정찰총국장을 두고 미 재무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군인 수천 명과 함께 러시아로 간 북한 장성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나 군수공장 시찰 등 김정은 현지 지도 시 밀착 수행해 온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노광철 국방상, 김금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 등 군 고위급 인사와 임송진 김일성대학 물리학 교수 등 학계 인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지원하는 단체들의 물자 조달에 관여하는 만달신용은행(KMCB), 중국 단둥에서 조선광선은행 대표로 근무하면서 북ㆍ중 간 현금 밀수에 관여한 최철룡, 조선대성은행의 중국 베이징지점 대표로 북한 정권의 불법 금융 활동을 지원한 김명진도 재무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와 함께 북한의 외환 거래를 담당하는 황금의 삼각주 은행과 조선옥류무역회사, 북한에 원유와 가스를 운송한 러시아 소재 무역회사들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각종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제2자연과학원 산하 외사국을 이날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제2자연과학원은 이미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이다. 미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되면 당사자의 모든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으로의 여행이나 미국인과의 거래가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