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령관도 구속…영장 적시된 공범, 이제 남은 건 尹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인수 수도방위사령관에 이어 박 총장까지 구속하면서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속 공모 관계로 적시한 주요 인사의 신병을 대부분 확보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포고령 발표 계엄사령관 구속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17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박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에 박 총장은 불참 의사를 밝히고 나오지 않았다.

박 총장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계엄사령관을 맡았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포고령 제1호는 박 총장 명의로 발표됐다. 다만 포고령 작성엔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박 총장 입장이다. 김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포고령을 직접 작성했고, 윤 대통령과 상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박 총장은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의 장성‧영관급 주요 간부들에게 집합 지시를 내리고 계엄사령부를 편성하려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앞서 박 총장을 소환해 조사하면서 계엄 사전 인지 여부 등을 물은 뒤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 먼저 구속하며 尹 수사 준비 

앞서 검찰이 김 전 장관을 구속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엔 내란 혐의의 공범으로 여 사령관, 곽 사령관, 이 사령관과 함께 박 총장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이 적시됐다고 한다. 검찰이 군 장성을,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가 조 청장을 구속한 만큼 영장에 적시된 공범 중 남은 건 사실상 윤 대통령뿐이다.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의 수사가 ‘윗선’으로 향할 준비를 상당 부분 끝마쳤다는 의미다.

검찰은 최근 여 사령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11월에 계엄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여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계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여 사령관은 시기 등이 적절하지 않다고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페루 APEC 정상회의와 브라질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남미 순방을 다녀왔다.

계엄 날짜를 조율해가며 사전에 준비한 정황이 될 수 있는 만큼 검찰은 김 전 장관에게 11월 계엄을 준비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전 장관 측은 “검찰 수사에 협조할 수 없다”며 모든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변호인 구성 중 尹측 “광기적인 수사”

검찰은 윤 대통령에게 2차 소환 통보를 하면서 21일까지, 공조본은 18일까지 출석을 통보했는데 이번 주에도 조사가 불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 구성 등에 조력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소추로 권한만 정지됐을 뿐 엄연히 대통령 신분”이라며 “수사기관 간의 어지러운 경쟁구도가 정리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변호인끼리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내란이라고 육군참모총장을 대뜸 구속하고 지금 광기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관적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공조본 수사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대비해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있다.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윤갑근 전 서울고검장이 합류했고, 추가로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석 변호사는 “국민적 충격을 준 건 사실이지만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킨 게 아니었다. 폭동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고 했던 것”이라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라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내란죄 적용을 놓고 수사 과정에서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