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중국 업체의 저가 메모리 공세가 가시화되는 데다, 중국산 첨단 D램마저 시장에 등장했다. 메모리 3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모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용 메모리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마이크론, HBM 매출 2배에도 주가 -15%
그럼에도 장 마감 후 마이크론 주가는 15% 넘게 빠졌다. 회사가 내놓은 다음 분기 매출·순익 전망치가 모두 증권가 예상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날 실적발표에서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HBM을 포함한 데이터 센터용 D램 수요가 견조해, 첨단 D램 공급은 여전히 빠듯하다”면서도 “스마트폰용 메모리는 내년 한 자리 수 초반대 성장률을 예상한다”고 했다. 자동차용·PC용 메모리 시장은 각각 내년 후반과 연말에야 수요가 늘 거라고 봤다.
마이크론의 HBM 매출이 한 분기 만에 두 배 이상 늘고 데이터센터용 매출(HBM 포함)은 1년 새 400% 이상 성장했지만, 소비자용 메모리 판매 감소를 메우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이날 마이크론은 2024~2025년 기업용 낸드 메모리 성장률도 기존 전망보다 낮춰 10% 초반대로 봤다, 급증했던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매출이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것. 다만 회사는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늘 거라고 봤다.
엔비디아 HBM 물량에 3사 모두 쫑긋
이날 마이크론은 “HBM3E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했고 내년 하반기 12단 제품이 HBM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HBM 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를 시작했고 2027년 총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HBM 시장 전체 규모는 현재 160억 달러(약 23조원) 수준에서 2028년 4배가 되고, 2030년에 1000억 달러(약 145조원)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HBM3E 12단 제품 대량 양산을 시작했고, HBM3E 16단은 내년 상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달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자사 블랙웰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3E를 쓰고 있으며, 삼성전자 HBM3E 8단과 12단 제품의 사용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빠르게 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메모리, 중국 시장 방어도 같이 해야
다만 미국의 수출 제재로 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중국에는 반입되지 않아, 한국·미국과 중국의 첨단 D램 기술 격차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SK하이닉스는 2021년 D램 공정에 EUV 장비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마이크론은 내년에 EUV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은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탈(脫)중국’했다. 지난해 5월 중국은 자국 내 주요 IT 인프라에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단시켰고, 그전까지 마이크론 매출의 25%가량이던 중국 매출은 지난 분기 10% 중반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비중은 각각 30%와 24%로,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 2일 미국이 추가해 발표한 수출 제재 대상 중국 기업에서 CXMT는 제외됐는데, 한국은 CXMT 등 중국 업체와 중국 현지 시장을 놓고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