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대표와 실질 대주주 충돌?…이준석·허은아 싸우는 까닭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모습. 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모습. 뉴스1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와 실질적 대주주인 이준석 의원이 정면 충돌하며 개혁신당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허 대표가 이 의원의 최측근인 김철근 전 사무총장을 경질한 걸 계기로 그동안 쌓여왔던 갈등이 수면 위로 돌출한 모양새다. 

李 핵심 측근 '사무총장' 경질 왜?

허 대표는 지난 16일 후임을 정하지도 않은 채 김철근 전 총장을 전격 경질했다. 경질 배경에는 당헌·당규 개정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허 대표 말을 종합하면, 당 최고위는 지난달 회의에서 ▶당대표 지위와 권한 ▶사무처 규정 등을 논의했다. 당시 개정안에는 ‘사무총장은 당대표 명을 받아 사무처 업무를 지휘 총괄하고’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최고위가 끝난 뒤 김 전 총장 등이 해당 내용을 삭제한 뒤 총장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허 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무총장의 권한을 기형적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문제지만, 최고위에서 한 번 의결된 사항을 일부 당직자들이 수정하려 한 절차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당시 사무총장에게 경고했고 이후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경질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제 된 당헌·당규 개정 누구 말 맞나  

그러자 이 의원은 즉각 “허위사실”이라며 맞받아쳤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위 사실로 당원들에게 해명해봐야 하루도 못 간다”며 허 대표가 문제 삼은 당시 당헌·당규 수정안 회의와 관련한 ‘사무처 경위서’를 공개했다. 총장이 임의로 개정안을 고친 게 아닌 당 당헌·당규 태스크포스의 통상업무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전 총장도 페이스북에 “허 대표는 총장이 자기 권한을 확대할 목적으로 당헌·당규를 마음껏 뜯어고치려다 들통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7~18일에 총장 경질을 반대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이 의원은 19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서도 “당에서 어려운 과정을 함께해왔던 사람들이 그렇게 안 좋은 형태로 잘릴 만한 사람들이냐”고 비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모습. 뉴스1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모습. 뉴스1

 

최고위 봉합 하루도 안 돼 ‘충돌’ 

사정이 이렇자 개혁신당 지도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1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무총장 인선 후속 조처를 논의했다. 허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의원을 새 총장으로 추천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이날 최고위는 총장 임면 권한을 최고위 의결에 넘기는 것으로 일단 봉합됐다. 

천하람 의원은 비공개 최고위 뒤 “(최고위에서) 당직자 임면·발령 등에 대한 최고위 동의·의결 필요성에 대해 명확히 했다”면서 “사무총장 임명도 최고위 의결로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 대표와 최고위가 조속히 당원·지지자분들께 여러 수습 방안에 대해 보고드릴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창당 1년 안 돼 내홍 휩싸여 

하지만 이런 봉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비공개 최고위 뒤 하루도 안 돼 허 대표와 이 의원이 충돌하면서 ‘허 대표가 사퇴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 대표는 지난 대표 경선 때 ‘대통령을 만들 사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이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파트너십은 오래 가지 않았다. 허 대표가 대표직을 갖고 있지만 당내 주도권은 이 의원이 갖고 있는 만큼 물밑에서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특히,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두고 “이 사건을 처음에 외부에 제보한 사람이 허 대표 측 인사가 아니냐”는 의심이 이 대표 주변에서 커졌고, 양측의 신뢰도 상당 부분 균열이 갔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허 대표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의 ‘아’로 활동하면서 개혁신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를 사퇴해 금배지를 떼고 당에 합류한 인물”이라며 “그런 허 대표와 갈등하는 모습은 대권 후보로 몸집을 키우려는 이 의원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