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9%, 계엄 뒤 전국이 소비 줄였다…외국인 관광도 '뚝'

계엄 그 주, 카드사용 급감

12·3 비상계엄 직후 전국 17개 시·도가 일제히 지갑을 닫았다. 계엄 사태가 서울뿐만 아니라 국내 곳곳의 지역경제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통계청의 속보성 빅데이터 통계인 나우캐스트 지표를 보면 이달 6일 기준 전국의 신용카드 이용금액(신한카드 데이터 기준)은 직전 주 대비 26.3% 급감했다. 전국 모든 시·도의 카드 이용액이 줄었는데, 서울의 경우 29.3% 감소하며 큰 타격을 받았다. 전국에서 가장 감소율이 높았던 지역은 광주광역시(-35.9%)였다. 이와 함께 전북(-33.6%)·전남(-30.8%) 등 호남 지역의 감소율이 30%대로 큰 편이었다. 대구(-30.4%)의 카드 이용액도 30%대 감소했다. 감소 폭이 가장 작았던 울산의 감소율도 19.8%에 달했다.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한 달 중에도 개인의 소비 패턴이나 급여일·각종 정기 결제일, 공휴일·명절, 날씨, 할인 행사 여부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한다. 그런데 통상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12월 초순 카드 이용액이 이번처럼 큰 폭의 감소율을 보인 것은 통계청이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연말인데도 불구하고 계엄 사태 때문에 소비 심리와 지출이 쪼그라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얼어붙어 있던 내수 소비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업종별로 보면 오락 스포츠·문화 분야의 카드 이용액이 전주 대비 6.7% 줄었고, 식료품·음료 분야도 6.5% 감소했다. 소비자의 신용카드 이용금액과 함께 전국 사업체 가맹점의 카드 매출액도 전주 대비 27.4% 감소했다. 이번 계엄 사태로 특히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 소상공인·자영업자 타격이 심각했다는 의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관광객 증가 흐름마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올해 상반기까지 세 자릿수 증가율까지 기록하다 10월 54.4%, 지난달 37.3%로 둔화했다. 일부 국가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에 대해 발령했던 여행 주의 단계를 하향하고는 있지만, 아직 남은 정치적 불안과 유동적인 상황 때문에 향후 여행객 증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우선 내년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배정해 빠르게 집행해 내수 등 경제 불씨를 살리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 부문부터 연말연시 모임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 초부터 바로 소상공인 지원사업 선정 절차를 시작하고, 소상공인 정책융자는 올해보다 600억원 늘린 3조7700억원 규모로 공급할 계획이다. 내수의 또 다른 축인 투자 부문에선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아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나설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대외 불확실성이나 민생 상황 등을 봐가면서 적절한 대응조치를 계속 검토하겠다”며 추경 편성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초부터 추경을 편성하기는 부담이 있는 데다, 추경 편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통화정책 완화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년 초 추경 편성을 위해 여야 정치권은 전향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내수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경기는 내년 5~6월까지 계속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