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와 영재학교도 대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내신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 다양한 연구활동에서 역량을 쌓을 수 있게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김미란 충남과학고등학교 교사는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개최한 ‘2024년 과학영재교육 페스티벌’의 ‘영재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충남과학고에서 ‘과학영재창의연구(R&E·Research and Education)’ 사업을 담당하는 교사다. R&E는 과학고와 영재학교 학생이 과학 연구를 직접 설계하고 논문을 쓰는 활동을 통해 과학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김 교사는 “내신 중심 대입 선발로 많은 학생이 R&E 등 연구 활동을 등한시한다”며 “영재학교에서도 (대입을 고려해) 학점을 잘 주는 과목으로 수강생이 몰리고, 성적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연구는 참여가 저조하다”고 말했다.
‘과학영재교육 페스티벌’은 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2021년부터 매년 국내 과학영재교육 성과를 소개하기 위해 열어 온 행사다. 올해는 과학고와 영재학교 교육 현황을 분석하고 보완점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김 교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현행 대학입시 제도가 과학 영재 교육을 위한 수업과 평가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R&E 등 연구활동 성과를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하기 힘들어서다. 현행 제도 상 논문 연구 등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앞서는 각종 대외활동은 생기부에 쓸 수 없어 대학입시에서 활용하기 어렵다. 설상가상, R&E 사업 예산도 줄고 있다. 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올해 R&E 사업예산은 17억 6300만원으로 지난해(18억1000만원)와 2022년(17억8300만원)보다 줄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손정우 경상국립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는 “최근 과학고와 영재학교 10군데를 다녀봤더니, 장비가 노후화된 데다 유지·보수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학생이 해외 우수 인재와 역량을 겨루는 국제 올림피아드 수상 경력도 생기부에 기재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최근 약 10년간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지원자 수는 3982명(‘14년)→2508명(‘23년)으로 37% 줄었다. 과거 경기과학고 재학 중 국제올림피아드에 두 차례 출전한 정예찬(19·미 컬럼비아대 생명과학전공)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제올림피아드는 학생에게 경쟁, 화합,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준다”며 “수상 경력 등이 대입에 도움이 되지 않고, 생기부에 성과가 기재가 되지 않으면 국내 우수 학생이 국가대표로 올림피아드에 출전할 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과학인재를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게 교육 방식을 늘리고, 체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 교수는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 생애 주기에 맞게 장기적인 지원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며 “과학고와 영재학교는 단순히 과목을 수강하는 게 아닌, 프로젝트 기반 학습 비중을 늘려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도 “과학고, 영재학교 출신 학생의 진로와 성장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며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진로 진학 지도에 활용한다면 학생의 동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기획 : 한국과학창의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