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기업 xAI가 6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xAI의 기업가치는 6개월 만에 2배로 뛰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둘러싼 빅테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60억 달러(약 8조7000억 원) 규모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면서다.
xAI는 60억 달러 규모 시리즈C 투자 라운드를 마감했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엔비디아와 AMD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고,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모건 스탠리, 블랙록, 피델리티 등 유명 벤처 캐피털도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카타르 등 중동의 국부 펀드들도 대거 참여했다. xAI가 현재까지 조달한 금액은 총 120억 달러다.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약 72조 6800억원)로, 6개월 만에 두배가 됐다.
xAI의 막대한 투자 유치 배경에는 '트럼프 라인'의 정재계 인사들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연합뉴스
생성 AI 분야 주도권을 노리는 일론 머스크의 야심에 동력이 실릴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xAI를 통해 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머스크가 이번 투자 유치로 오픈AI, 앤스로픽 등과 경쟁에서 큰 우위를 점하게 됐다”고 전했다. 머스크의 최종 목표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AGI 개발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xAI를 설립했고,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대한 견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를 비영리 단체라 알고 투자했지만, 이후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영리 활동을 하면서 속였다”며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소송 제기와 취하를 반복하다 지난달에는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을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연방 법원에 내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와 그를 지지하는 재정적 후원자 네트워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이번 xAI 투자 라운드에는 머스크의 2022년 트위터(현재 X) 인수에 참여한 투자자, 테슬라, 스페이스X 등 머스크가 운영하는 사업체 기존 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위터 인수 후 수십억 달러 규모 손실을 입었던 머스크의 재정적 후원자들은 xAI의 가치 상승 덕분에 더 큰 수익을 낼 기회를 얻게 됐다. FT는 “머스크 후원자들이 그의 주변에 머무르기 위해 트위터 인수를 지지했는데, 이후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이 되면서 그의 네트워크 내에 들어간 것이 더 큰 기회로 돌아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 유치 또한 ‘트럼프 라인’ 정치·경제계 인사들이 지원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xAI가 유치한 대규모 투자금이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관건이다. 현재 글로벌 투자시장에선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AI 기술이 각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 이유로 ‘AI 리스크’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런 아세모글루 MIT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지난 10월 블룸버그에 “AI에 대한 기대가 부풀려져 너무 많은 투자금이 쏠리고 있다”며 “거품이 꺼질 가능성이 높으며 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xAI는 이번 투자금을 AI 기술 개발과 연구, 데이터센터 확충, 글로벌 인재 확보에 투입할 계획이다. xAI는 현재 생성 AI 모델인 ‘그록’을 개발해 X(엑스)의 다양한 기능에 적용하고 있다. xAI 측은 “가장 강력한 모델은 현재 훈련 중이며 혁신적인 새로운 소비자 및 기업용 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xAI는 내년에 더 큰 규모의 투자 자금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