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지난 10월 출생아 수가 2만139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4%(2520명) 증가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날 인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뉴스1]
월별 출생아 수가 4개월 연속 2만명대를 기록했다. 통상 출생아 수는 연초에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상고하저’ 모양인데 올해는 연말로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연간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4%(2520명) 증가한 2만1398명을 기록했다. 같은 달 기준 출생아 수는 2020년(2만1884명) 이후 4년 만의 최대치다. 증가율로는 2010년(15.6%)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다. 특히 10월엔 모든 시·도에서 전년보다 출생아 수가 늘어났다. 전국적으로 출생아가 늘어난 것은 2015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전년 동월 대비 월별 출생아 수 증감률은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 중이다. 이는 2015년(4~7월) 이후 9년 만이다. 하반기 들어 출생아 수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이례적이다. 지난 6월 1만8242명이었던 월별 출생아 수는 7월 2만601명→8월 2만98명→9월 2만590명→10월 2만1398명으로 8월을 제외하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은 출생아 수가 증가한 배경으로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에코붐 세대(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 1991~1996년생)가 주 출산 연령층인 30대로 진입한 점 ▶2022년 하반기부터 대폭 늘어난 혼인율이 현재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 ▶지난해 출생아 수 급감에 따른 기저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반등할 전망이다. 당초 통계청이 전망한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보다 0.04명 줄어든 0.68명이었다. 하지만 올해 10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19만9999명으로 전년 동기간보다 1.9%(3806명) 많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합계출산율이 0.8명대로 가긴 어렵지만, 지난해보단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 격인 혼인 건수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지난 10월 혼인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3%(3568건) 증가한 1만9551건을 기록했다. 같은 달 기준 2019년(2만327건)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다. 증가율로는 2018년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올해 1~10월 누적 혼인 건수는 18만1322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8% 늘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그간 출산율을 하락시킨 건 고용·주거 등 사회경제적 요인과 코로나19라는 보건의료적 요인 두 가지 축이었는데 그 중 보건의료적 요인만 없어진 것”이라며 “사회경제적 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에 2019년 이전으로 회복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창 노를 저어야 할 때 정책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사회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추진하려 했지만, 해당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근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여야 간 대립이 심화하면서 논의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 해결을 위해선 인구부 신설 등을 통해 예산과 정부 조직이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