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반도체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심사를 재개하려 했지만 다른 법안 심사가 길어지면서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한 채 산회했다. 같은 날 오후 한 차례 더 소위를 열 계획이었지만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 일정 등으로 속개되지 않았다. 이날 소위는 지난달 21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어렵게 열린 것이라 산업계의 기대가 컸다. 지난달 첫 소위에서 여야는 주 52시간제 등 쟁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 했고, 당초 이달 9일 다시 소위를 열어 합의하려 했지만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 파묻혔다.

김주원 기자
당초 여야가 이견을 보인 직접 보조금 지원 안의 경우 ‘보조금’이라는 문구 대신 재정 지원 정도를 반영하는 선에서 여야가 합의했다. 그러나 여당이 지난달 기존 법안을 통합한 안으로 발의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R&D 직무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부분은 여야 입장 차가 여전하다.
야당은 선택근로제·탄력근무제·특별연장근로제 등 기존 제도로도 필요시 주 52시간 이상의 근무가 가능하고, 논의하더라도 주 52시간제를 규정한 근로기준법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자위 소속의 한 야당 의원은 “반도체법에서 핵심은 전력·용수 공급 등의 인프라 비용을 기업이 아닌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한다는 내용”이라며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에 발이 묶인 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연장 근로시간 어떻게 다른가 그래픽 이미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전 반도체특별법 제정에 기대를 걸었던 업계는 연내 처리 무산 가능성이 커지며 실망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주요국 기업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우리 기업만 뒷다리를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는커녕 메모리 반도체도 1위를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