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증시·내수, 다 어렵다…2008년 금융위기 악몽 데자뷔

한국 경제의 주요 지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오버랩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값은 2009년 수준으로 떨어졌고(환율은 상승), 코스피 등 증시 하락세도 그때와 유사하다. 부진에 빠진 내수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라는 먹구름까지 드리웠다.

달러 대비 원화값, 1460원도 뚫렸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 종가 기준 달러 대비 원화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8.4원 하락한(환율은 상승) 1464.8원에 마감했다. 원화값은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달러가치가 급등한 2009년 3월 13일 이후 최저치다.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달러 대비 원화값은 1400원대를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한덕수 대통령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 거론 등 불확실성이 계속 확대하면서 원화값은 연일 악화일로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26일까지 달러 대비 평균 원화값은 1433.1원까지 주저앉았다. 2009년 2월과 3월 평균 원화값은 각각 1440.2원, 1453.4원을 기록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때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올해 연말로 갈수록 원화값이 더욱 떨어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2009년 3월 수준보다도 낮아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코스피는 6개월 연속 하락 앞둬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85포인트(0.44%) 내린 2429.6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말 2797.82 수준이었던 코스피지수는 매달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지난달 말엔 2455.91을 기록했다. 그러다 비상계엄 선포 전인 3일 2500.1에 마감하며 오르는 듯했으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240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올해 반등하지 못 하고 지금의 지수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코스피는 6개월 연속 하락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2008년 6~11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코스피가 급락했던 2020년에도 이렇게 장기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진 않았다.


내수 부진마저 금융위기 때 닮아

내수 부진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민간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8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다. 지난 3월 3.4%를 시작으로 소매판매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10월엔 1년 전보다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지수가 8개월 연속 하락한 것도 금융위기 때인 2008년 9월~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이번 내수 부진은 15년 전보다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연말까지 내수 침체 흐름이 이어지고 있던 데다 비상계엄 여파로 연말 송년회‧회식 특수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계엄 사태 이후인 4~13일 일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이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3% 줄었다고 밝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값이나 내수 등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던 상황에서 계엄과 탄핵 정국이 기름을 부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해소하는 게 당면 과제다. 그동안 정부는 지금의 경기 부진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