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대통령실 인근 6호선 삼각지역 12·13번 출구 근처에는 전국 각지에서 배송된 화환이 일렬로 놓였다. 두 출구에서 시작된 화환은 녹사평역 인근까지 약 1.5㎞가량 이어졌다.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다’,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응원 문구가 붙어있었다. 일부 화환은 바람 때문에 쓰러져 인도를 가로막았고, 화환에서 떨어져나온 꽃과 잎이 길 위를 나뒹굴었다. 환경미화원은 떨어진 꽃을 30분 넘도록 줍기도 했다.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도 화환 포화상태다. 200개가 넘는 화환이 헌재 정문 앞부터 인근 골목까지 120m가량 이어졌다. 결국 헌재 측은 ‘화환 설치 불가’라고 적힌 안내문을 걸었다. 일부 시민은 ‘거야 국회 독재야말로 심판 대상’, ‘광란의 칼춤 추는 민주당’ 등 문구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직장인 온모(61)씨는 “출퇴근길에 자극적인 문구를 볼 때마다 피로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화환이 광고물과 폐기물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도 지자체 입장에선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화환이 정치적 의견이 담긴 문구가 들어간 광고물로 판단될 경우, 지자체는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사실상 올해 안에 화환을 치우기 어렵다. 옥외광고물법 제8조에는 ‘광고물은 집회·시위 지역에 한해 신고·허가 없이 최장 30일 동안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실은 경호처·경찰·용산구청이 담당하는 군사보호시설로, 화환 관리 주체 기준이 모호하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지자체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특수 구역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로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관리에 집중하며 최대한 빨리 처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측도 “인력을 투입해 현장을 살피고 헌재와 소통하며 처분 절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