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이어져 온 한미약품그룹의 창업주 장·차남과 모녀 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국면으로 가고 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 그룹 ‘4인연합’ 측이 임종윤 사내이사와 합의를 도출하면서다. 임종윤 이사는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이다. 4인연합은 창업주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킬링턴 유한회사(사모펀드 라데팡스 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로 구성돼 있다.
27일 4인연합 측에 따르면 이들은 임종윤 이사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일부(5%)를 매입하고 경영권 분쟁 종식,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 (전문경영인 중심)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에 관한 합의를 도출했다. 이로써 4인연합의 지분은 39.2%에서 44.2%로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그룹의 공익재단인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의 지분(6.1%)을 포함하면 과반을 넘어간다.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지분은 7.85%다.
4인연합 측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통해 그룹 거버넌스 이슈를 조속히 안정화하고 오랜 기간 주주가치를 억눌렀던 오버행 이슈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4인연합과 임종윤 이사는 상호 간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 고발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앞서 임종윤 이사는 지난 13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를 방지하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와의 책임 있는 논의가 시급하다며 분쟁 해소를 촉구했다. 형제 중 장남 임종윤 이사가 입장을 선회하며 차남 임종훈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인연합이 내년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최고경영자(CEO)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 대표가 사임하지 않을 경우에는 주총에서 해임에 나설 수도 있다. 대표이사 해임안은 주총 특별 결의가 필요한 안건으로 주주 3분의 2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4인연합은 우호 지분을 합치면 특별 결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종훈 대표는 “형님(임종윤 이사)이 이 상태로 계속 다툼만 해서는 여러모로 안 되겠다는 답답함에 결심한 것으로 알려왔다”며 “형님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임 대표가 여러 방향으로 검토하며 숙고하고 있다.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