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협 대처 노력 일치” 푸틴 연하장 이례적 공개…북·러 밀월 과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 뒤 서명한 조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 뒤 서명한 조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현시대의 위협과 도전들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일치시켜 나가겠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김 위원장에게 보낸 연하장에서다. 북한은 푸틴의 연하장 소식만 별도로 전하며 이례적으로 내용까지 공개했는데, 달라진 북·러 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1면에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로씨아련방 대통령이 축하편지를 보내여왔다’며 푸틴이 보내온 425자 분량의 편지 전문을 실었다. 푸틴은 편지에서 지난 6월 평양에서 진행된 러·북 정상회담이 “로조(러북) 관계를 새로운 질적 수준에로 올려세웠다”고 밝혔다. 푸틴은 “회담 결과에 따라 체결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은 모든 주요 분야들에서의 호혜적인 쌍무협조를 근본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조건들을 마련해줬다”고 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체결했다. 러시아와 북한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놓이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푸틴은 또 “다가오는 2025년에 우리가 이 역사적인 조약을 이행하기 위한 공동사업을 매우 긴밀하게 계속해 나가며 현시대의 위협과 도전들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일치시켜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것은 의심할 바 없이 친선적인 러시아 연방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들의 근본 이익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간 통상적으로 푸틴의 연하장을 다른 국가 정상이 보낸 연하장 소식과 함께 공개해왔다. 노동신문은 지난 1월 1일 5면 보도에서 “새해 즈음해 여러 나라 국가수반이 연하장을 보내왔다”며 여러 국가 정상을 나열했다. 


순서는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 부인’ 다음으로 ‘로씨야(러시아)연방 대통령’을 언급했다. 연하장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같은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푸틴 대통령의 편지만 따로 보도하면서 그 내용까지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 1면에 게재한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 정상회담을 포함해 올해 들어 20차례가 넘는 인적 교류를 공개적으로 진행했다. 북한은 지난 10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 1만 1000여명을 파견했고 지난달 29일엔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내년 5월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행사에 북한군 부대를 초대하기도 했다. 양측이 사실상 군사동맹으로 관계를 발전시켰다는 걸 공개적으로 과시하며 향후 대미 협상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북한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예고한 가운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고 있다. 전원회의가 열리면 북한 당국은 경제적 성과를 달성했다고 대내적으로 부각할 전망이며, 김정은이 직접 대미 및 대남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