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만에 간신히 부임했는데…中대사, '연쇄탄핵'에 손발 묶일판

지난 7월 초 싱하이밍(邢海明) 전 주한 중국 대사의 이임으로 6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던 자리에 다이빙(戴兵) 신임 대사가 27일 부임했다. 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김대기 주중 대사 내정자의 부임이 사실상 백지화된 가운데 우려되던 한·중 간 외교 공백을 일정 부분 메울 수 있게 된 셈이라 한국 내에선 어느 때보다 다이 대사의 부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27일 부임한 다이빙 신임 주한 중국 대사. 사진 주한 중국 대사관

27일 부임한 다이빙 신임 주한 중국 대사. 사진 주한 중국 대사관

 
다이 대사는 부임하며 발표한 서면 연설에서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고, 선린 우호를 확고히 하며, 호혜와 상생을 견지한다는 원칙에 따라 한국 측과 함께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적극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호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양국의 근본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 신(新)시대의 중국은 중국식 현대화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발전에 더 많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개선 기류를 보이고 있는 한·중 관계에 ‘호혜 협력’의 동력을 더 붙이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셈이다. 

 
그런데 다이 대사의 외교 활동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안 가결 여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명전권대사는 본국 국가 원수로부터 받은 신임장을 접수국 국가 정상에 제출(제정)한 뒤 공식 외교활동에 착수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이 대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받아온 신임장에는 제정 대상이 한 대행으로 표기돼 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야당이 밀어붙이는 대로 한 대행 탄핵안이 처리되고 직무가 정지되면, 해당 신임장도 수정이 필요한 셈이다. 


특히 애초에 다이 대사의 부임이 다소 늦어진 것은 앞선 윤 대통령 탄핵이 주된 이유였다. 당초 그가 받은 신임장은 윤 대통령에게 제정하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탄핵되자 제정 대상을 한 대행으로 바꾸느라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부임하는 날 한 대행이 탄핵되면 중국 측은 또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 소식통은 “부임 뒤 주재국 원수가 교체돼 본국으로부터 외교행낭 등을 통해 제정 대상을 수정한 새 신임장을 받아 제정하는 경우는 더러 있다. 하지만 불과 몇 주 사이에 두 차례나 제정 대상을 바꿔 신임장을 고쳐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주한미국상의?미국계 외투기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주한미국상의?미국계 외투기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실제 한 대행이 탄핵될 경우 그를 중심으로 구축해온 대외적 신뢰 복구 노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누가 대행이 됐든 한 치의 외교·안보 공백도 없도록 하겠다는 정부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보름도 안 돼 국가 정상과 정상 대행이 연이어 탄핵을 당하는 건 그 자체로 한국의 리더십이 불안정하다는 해석을 낳을 우려가 큰 것 또한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한 대행은 직접 주요국 정상과 통화하며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15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 당시 바이든은 “한 권한대행이 자리에 있는 동안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으로 남을 것이라는 믿음”을 표명했다. 지난 19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는 양 측이 한·일관계의 안정적 발전에 뜻을 함께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될 경우 이런 순서를 또 밟아야 하느냐는 질문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다음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대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때도 한국은 탄핵 정국이었지만,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통화는 취임 열흘 만에 성사됐다. 하지만 국내 현안을 둘러싼 야당의 탄핵 공세가 릴레이처럼 이어질 경우 누가 트럼프와 통화할 상대인지조차 특정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교가에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