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착륙땐 앞바퀴 정상 작동했다…"엔진 2개 모두 고장 가능성"

무안 제주항공 참사 원인 중 하나로 랜딩기어 작동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사고 항공기가 1차 착륙을 시도할 당시 랜딩기어가 정상 작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랜딩기어(앞바퀴)가 작동된 1차 착륙 직전 사고기 모습. 사진 목포MBC 제공

랜딩기어(앞바퀴)가 작동된 1차 착륙 직전 사고기 모습. 사진 목포MBC 제공

 
목격자가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 등을 확인해보면 1차 착륙 직전 뒷바퀴는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앞바퀴는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제주항공 측도 "1차 착륙 시도 때는 랜딩기어가 작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촬영된 사진의 붉게 표시된 부분이 앞바퀴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고 항공기는 29일 오전 8시 54분 1차 착륙 허가를 받고 착륙을 시도하다 5분 뒤인 오전 8시 59분께 메이데이(조난신호)를 보냈다.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충돌) 경고'를 받은 지 2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3분 뒤인 9시 2분 사고기는 2차 착륙을 하면서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하고 동체 착륙을 하며 미끄러지다가 9시 3분 활주로 끝 외벽과 충돌한 뒤 화염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종합해 사고 항공기가 조류 충돌 이후 엔진 고장으로 유압 계통에 이상이 생겼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181명 중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현장에서 30일 오후 경찰과 소방대원 등이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여객기의 랜딩기어(붉은 원)가 심하게 파손돼 있다.김성태/2024.12.30.

제주항공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181명 중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현장에서 30일 오후 경찰과 소방대원 등이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여객기의 랜딩기어(붉은 원)가 심하게 파손돼 있다.김성태/2024.12.30.

 
항공기의 유압 계통은 양쪽 날개에 있는 엔진으로부터 동력을 얻어 작동된다. 통상 오른쪽 엔진은 플랩(착륙 과정에서 속도를 줄여주는 장치), 왼쪽 엔진은 랜딩기어 작동에 활용되는데 비상시에는 한쪽 엔진만으로도 두 가지 시스템을 모두 작동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 영상에서는 플랩과 랜딩기어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항공기 내 유압이 먹통이 되면 조종 자체가 힘들어지는 만큼, 기장과 부기장 모두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잡고 사투를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직 기장 A 씨는“이번 사고는 엔진 2개가 모두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의심된다”며, “통상 1개의 엔진만으로도 랜딩기어와 비행기 속도를 줄여주는 플랩이 작동할 수 있는데 이번 사고에는 모두 작동하지 않은 부분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블랙박스 기록을 토대로 이를 상세하게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