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사고원인 규명이 지연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사고기 블랙박스 분석이 어려워 미국으로 보내기로 해서다.
국토교통부는 1일 “사고를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건조사위원회(항철위)가 사고 당일 회수한 블랙박스를 점검한 결과 비행기록장치(FDR)의 경우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돼 미국으로 이동해 분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고기의 비행기록장치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로 보내지며, 사조위 관계자도 분석에 참여한다.
항공기 블랙박스는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CVR)로 나뉜다. 비행기록장치는 항공기의 3차원적인 비행경로와 각 장치의 단위별 작동상태를 디지털, 자기 또는 수치 신호로 기록하는 장치이며, 음성기록장치은 조종석 내에서 기장과 부기장 등 승무원간의 대화, 관제탑과 승무원간의 교신 내용, 항공기 작동 상태 소리 및 경고음 등이 모두 녹음돼 있다. 비행기록장치 분석을 통해 비행기의 고도·속도·엔진추력· 랜딩기어작동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항철위는 두 종류의 블랙박스를 사고 당일 현장에서 회수했다. 음성기록장치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발견됐지만 비행기록장치는 외관이 일부 훼손됐고, 전원부와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커넥터(띠같이 얇고 넓은 형태)가 분실된 상태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커넥터는 전원과 데이터 전송 역할을 하는데, 범용성이 없는 장치라 국내에서 대체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커넥터를 장치에 접합하는 과정도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고, 함부로 개봉하면 데이터 보존에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블랙박스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비행기록장치가 미국으로 보내지면서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가능성이 커졌다. 장치의 상태 등에 따라 최종 분석까지 2~3년이 소요된 사례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음성기록장치의 상태는 온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자료 추출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했으며, 이를 음성 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음성 파일 전환까지) 이틀 정도 소요될 예정이라 내일모레께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조위는 한·미 합동조사팀을 구성해 공항 내 임시본부를 마련하고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부터 기체·엔진 등 잔해 상태 및 조류흔적에 대한 육안 조사 등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조사를 위해 미국의 조사 인원 2명(보잉사)이 추가 입국하기도 했다.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 공사로 북측 활주로를 기존 2800m에서 2500m로 단축해 운용한 사실도 브리핑을 통해 확인됐다. 항공기가 착륙할 때 가용할 활주로가 기존보다 짧아진 것이다. 양양국제공항의 활주로가 2500m 수준인 것 고려하면, 사고기 기종 이착륙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기가 활주로 3분의 1 지점(시작점으로부터 1200m 지점)부터 동체 착륙해 미끄러져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를 넘어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한 것을 볼 때 활주로 단축이 사고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사고기가 19활주로 방향(반대 방향)으로 착륙한 경위에 대해서 국토부는 “조종사가 복행을 시도하면서 우측으로 선회했고, 그 과정에서 관제사가 가장 가까운 방향으로 안내했다”며 “조종사가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상호합의해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