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개점휴업’ 상태였던 은행들이 새해 영업을 위해 대출 빗장을 풀었지만, 대출 금리는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2연속 금리 인하에 지난달 초 3%대로 하락했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단이 최근 다시 4%대로 올랐다.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평균)는 연 4~5.1%다. 같은 달 10일 고정형 주담대 금리(연 3.78~4.85%)와 비교하면 하단 금리가 0.22%포인트 올랐다. 최고 금리도 도로 5%대로 진입했다. 지난해 11월 말 한국은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회 연속 금리를 인하한 효과가 대출 금리에 반영된 것은 한 달이 채 안 된다.
이 여파에 고정형 주담대준거 금리인 5년 만기 금융채(은행채 AAA 등급) 금리도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연 2.889%까지 하락한 은행채 금리(5년물)는 지난달 말 다시 3% 선을 뚫고 연 3.1%대까지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들썩이자 대출 금리도 뛰고 있다”며 “이달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한 오름세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은 일제히 모기지보험(MCIㆍMCG)을 연초부터 실행하는 주담대에 다시 적용한다. 모기지보험이 적용되면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임차보증금을 빼지 않아도 돼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서울은 대출 한도가 5000만원 정도 늘어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도 확대된다. 신한ㆍ우리은행은 한도를 2억원으로 늘리고 국민은행은 한도를 폐지한다. 인터넷뱅킹 같은 비대면 채널을 통한 대출 제한도 풀린다.
예비 대출자의 관심은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가산금리도 낮출지다. 상당수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지난해 7월부터 넉 달 동안 가산금리를 1%포인트 이상 인상했다. 일반적으로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조정해 결정한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낮추면 대출 금리도 떨어진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영업을 재개하고 한두 달 지나도 높은 금리에 (소비자의 반응이) 미적지근하다면 가산금리를 소폭 낮추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아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 숨통’은 트였지만, ‘대출 문턱’이 사라졌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는 게 은행권 시각이다. 금융당국이 올해처럼 가계대출이 특정 시점에 쏠리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연간 단위로 관리하던 은행별 대출 한도를 올해부터 ‘월별ㆍ분기별’로 더 촘촘하게 관리한다. 시중은행이 대출규제의 핵심인 주담대 만기제한(30년)을 비롯해 다주택자 주담대, 갭투자 목적의 전세대출 제한 등을 여전히 풀지 않고 있는 이유다.
한편,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은 1조원대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4조3995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보다 1조608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석 달 연속 1조원대다. 가계대출이 9조원 넘게 불어난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꺾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