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축구장 80개 크기 공장"…K-푸드∙식품 해외로 해외로

지난해 12월, 서울 올리브영 명동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과 쇼핑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서울 올리브영 명동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과 쇼핑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뉴스1

내수는 가라앉았지만 해외에선 기회가 넘친다. 식품·뷰티업계 얘기다. 국내 식품·뷰티 기업들은 올해도 해외 시장 공략에 더 속도를 낼 예정이다. K컬쳐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K푸드·뷰티 제품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해외 사업이 성과를 낸 덕분이다. 이들은 해외 유통망을 확대하고 현지에 생산 설비를 짓는 등 글로벌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잘나가는 K푸드·뷰티

지난해 K푸드·뷰티는 한국 콘텐트 열풍에 올라타며 해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식품(117억 달러)과 화장품(102억달러)은 연간 수출액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화장품이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한 건 2024년이 처음이다.

K푸드는 건강함과 매운맛을 무기로 김, 라면, 과자, 음료 등 식품군 전체가 해외에서 고르게 인기를 끌었다. K뷰티 역시 글로벌 소셜미디어(SNS)의 바이럴에 힘 입어 중소 인디브랜드가 약진한 덕분에 역대 최고 수출 기록을 세웠다. 올해 이들 업체는 기존 수출 주력국가인 중국·미국 외에 일본·유럽·동남아 등을 공략하며 수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신규 생산설비는 해외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며 내수 절벽에 부딪힌 K푸드는 올해를 해외 시장 확대의 적기로 보고 있다. 글로벌 진출에 오래 공들인 CJ제일제당은 해외 식품 매출의 80%가 나오는 미국과 최근 급성장 중인 유럽에 신규 생산설비를 구축한다.

미국에서는 냉동식품 자회사 슈완스를 앞세워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을 짓는다.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축구장 80개 넓이(57만5000㎡) 부지에 약 7000억원을 들여 건설할 예정이다. 유럽에선 헝가리 두나버르사니에 약 1000억원을 들여 비비고만두 생산 공장을 짓는다. 유럽 첫 자체 생산시설로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추후 치킨 생산라인도 증설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 공장을 중심으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로 이어지는 ‘동유럽 K푸드 로드’를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식품업계 최초로 ‘7억불 수출탑’을 수상한 삼양식품은 2027년 중국에 해외 첫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인도 하브모어 빙과 신공장을 짓고, 빼빼로 생산 공장을 증설하는 등 인도를 거점으로 글로벌 생산 역량을 확대한다. 오리온은 미국에서 꼬북칩 매출이 증가하자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11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빼빼로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11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빼빼로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롯데웰푸드

글로벌 유통채널 늘리고

K뷰티는 코스맥스·한국콜마 등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화장품 제조사 개발생산(ODM) 기업들과 중소형 브랜드가 결합해 해외 공략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업계에선 코스맥스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올해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콜마도 2023년 매출 2조원 돌파 이후 지속 성장세다.

중국 시장 부진으로 어려움 겪었던 뷰티 빅2(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도 북미·유럽 등 서구권에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2022년 이후 3년 만에 매출 4조원대 복귀를 목표로 한다.

K뷰티 인큐베이터이자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CJ올리브영도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선다. 지난해 일본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는 북미에서도 자체 브랜드(PB)와 온라인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은 5조원에 육박해 뷰티 1위를 굳힐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서구권의 스킨케어 산업이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중동 등 신흥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단기 유행이 아닌 장기 호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