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최근 젊은 층의 건강 관리 화두는 ‘혈당’이다. 근력 강화나 체중 조절을 넘어서는 근본적 해법이라는 것이 과거와 다르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혈당관리’ 관련 게시물 수는 8만4000여개, ‘#혈당조절’은 2만2000여개에 달한다.
이처럼 2030이 혈당에 꽂힌 배경에는 천천히 나이 들기 원하는 ‘저속 노화’가 있다. 저속 노화는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제시한 용어로, 식단 관리와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노화 속도를 늦추는 관리법을 뜻한다. 초고령 사회의 100세 시대가 보편화 하면서 젊을 때부터 필요한 건강관리법으로 혈당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홍삼이 혈당 조절” 연구로 반전
이를 바탕으로 출시된 건강 기능식품은 2030을 타깃 삼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KGC인삼공사가 선보인 ‘지엘프로더블컷’의 경우, 이 제품의 20대 구매율은 자사 대표 제품인 정관장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전체 매출도 견인해, 관련 제품 2종은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22억원을 달성했다.
경쟁이 치열한 가정간편식(HMR)에서 혈당 관리 레시피를 내세운 상품으로 성장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메뉴 다수가 당 함유량이 높은 설탕 대신 올리고당·알룰로스를 활용하고, 저당 식재료를 사용한 것을 차별점으로 둔다.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GREATING)’ 제품은 저당식단 매출에서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23년 30%에서 지난해 (1월~11월 기준) 42%로 늘었다.
‘혈당 관리’ 트렌드 뒤엔 ‘저속노화’
젊은 층의 혈당 관리에 대해 업계는 “맵고 짠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만성 질환자(고혈압·당뇨·비만)가 증가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는다. 특히 ‘젊은 당뇨’를 앓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중장년층에서나 주목받던 식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 실제 최근 5년 간(2019~2023) 당뇨병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대 진료 환자는 5년간 33.1% 급증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또 국내 전체 청년층 5명 중 1명인 약 300만명(21.8%)이 당뇨병 전 단계를 앓고 있다.
질환이 없더라도 젊은 층 사이 건강관리에 파고드는 헬스디깅(health+digging)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관심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혈당 관리를 통한 체중 감량 방법까지 주목받으면서 일상생활에서 건강한 식단관리를 철저히 하는 2030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