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경호처, 경찰 현행범 체포 가능"…법조계 "억지 논리"

1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 시도가 유력한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이 14일 “불법 영장으로 관저에 진입하면 경찰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며 대통령경호처의 저항을 독려하는 입장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즉각 “혼란을 조장하는 억지 논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수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임박한 가운데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소총 가방으로 추정되는 배낭을 멘 경호처 요원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공수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임박한 가운데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소총 가방으로 추정되는 배낭을 멘 경호처 요원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후 1시쯤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경호법 5조는 경호업무를 하며 검문·검색, 출입통제, 질서유지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며, 동법 제9조는 누구든지 허가를 득하지 않고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대통령 관저는 책임자 허가 없이 출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호처 공무원들은 대통령경호법 제17조에 의거, 업무수행 중의 범죄에 대하여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행할 수 있으므로 불법 영장으로 관저에 진입하는 경찰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고 수사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전날 오후에도 관저 담당 경호관들을 만나 “경찰 등이 개별적으로 들어오면 체포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독려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의 지난 10일 사퇴 이후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 등 경호처 내부 균열이 부각되자 이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체포 임박에 경호처 독려? ‘입맛대로 해석’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14일 오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14일 오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경호법 5조는 ‘경호구역의 지정은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되어야 하며,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윤 변호사의 주장은 ‘경호 목적’ ‘최소 범위’ ‘불가피한 경우’ 등의 여러 단서를 생략한 주장인 셈이다.

또한 군사시설 출입 금지를 규정한 법은 ‘동법’인 대통령경호법이 아닌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이하 군사기지법) 9조다. 군사기지법 9조는 “통제보호구역, 울타리 또는 출입통제표찰이 설치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등은 미리 관할부대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 명백한 억지 논리”라며 “경호는 불법적인 위협이나 재난 등을 막기 위한 것이지, 합법적인 체포영장 집행까지 막을 수는 없다. 관저 출입 역시 체포영장 집행에 있어서는 사전 승인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직 대통령을 체포까지 해야 하느냐는 품격이나 온정주의적 관점을 호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려운 법 규정을 들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도 “영장이 불법이란 전제의 주장들”이라며 “경호처의 출입통제 목적이 적법한 영장의 집행 방해라면 경호법 취지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3자 회동에도 ‘장시간 대치’ 예고…긴장감 고조

공수처·경찰·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3자 회동 중인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입구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뉴스1

공수처·경찰·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3자 회동 중인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입구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윤 대통령 측이 “경호처가 경찰을 현행범 체포할 수 있다”는 근거로 든 대통령경호법 17조는 ‘경호공무원은 경호대상에 대한 경호업무 수행 중 인지한 그 소관에 속하는 범죄에 대하여 직무상 또는 수사상 긴급을 요하는 한도 내에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범죄’로 해석한 주장이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체포영장 집행은 적법한 공무수행이라 범죄로 볼 수 없다”며 “현행범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이 논란이 되자 윤 변호사는 이날 오후 “체포영장 제시 없이 기물을 손괴하거나 담장을 넘어 침입하는 등 위법한 경우를 전제로 (체포가 가능하다고) 한 것”이라고 일부 말을 바꿨다.

한편 공수처·경찰·경호처는 이날 오전 8시쯤 ‘3자 회동’을 열고 물리적 충돌 방지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경호처는 이후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관저를 포함한 특정경비지구에 책임자의 사전 승인 없이 강제 출입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불법 집행에는 기존 경호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하겠다”고 저지 방침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