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새벽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입할 때 경호처는 길을 터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협조했다. 그간 우려됐던 물리적 충돌도 없었다. 수사관들은 버스 차벽과 철조망 등으로 막아둔 1~3차 저지선을 큰 어려움 없이 통과했다. 경호관 대다수는 집행 현장에 없었고, 관저 안 대기동에 머무르거나 휴가를 쓰는 등 저지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압박 동시에 회유로 경호처 흔들기 전략
지난 3일 1차 집행 당시 경호처 요원과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사 등은 인간 띠를 만들어 진입을 막았다. 이른바 ‘강경파’로 지목된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이 강하게 저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주 ‘온건파’로 꼽히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을 조사하면서 지휘부 안에서 의견이 갈린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후 김 차장과 이 경호본부장 등엔 사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압박 수위를 높였고, 동시에 온건파와 실무진 등에겐 면책 카드를 내세웠다.
공수처는 지난 12일 경호처에 “경호처 구성원이 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처벌을 받거나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면서도 “경호처 직원의 경우 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더라도 직무유기죄 성립 등 명령 불이행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을 알려드린다”는 공문을 보냈다.
경찰은 이어 이례적으로 영장 집행에 저지하는 직원들을 현행범 체포하고 여러 경찰서로 분산 호송해 조사하겠다는 구체적인 작전도 공개했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실무진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을 위해 몸을 던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더 퍼졌다고 한다.
유효기간 연장 후 작전 완성도 높여…인해전술까지
인해전술 전략도 폈다. 경찰은 1차 체포 때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1000명 이상의 경력 투입을 사전 예고했다. 동시에 경호처 직원은 물론 국회의원이더라도 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현행범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차 체포 집행 전날인 14일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경호처가) 무력을 사용해 방해하는 행위는 현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서도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체포하지 않았다. 특수단은 “윤 대통령 경호 업무를 마친 뒤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사에 응했던 박종준 전 처장과 이 경비안전본부장에 대해선 불구속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